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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인은...

  • LV 1 이주성
  • 조회 620
  • 2017.10.19 07:19

 

 

  

땅 위에 머리 닿을 듯 허리 굽은 몸

지팡이에 싣고 두 팔 허우적이며 생의 마지막

천길 벼랑 끝을 향해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옮겨가는

자글자글 시름 깊은 얼굴, 오리오리 백발의 여인네는

언젠가는 그윽했던 향기로 뭇 남정네들 눈길 모으던

아침 이슬 가득 머금은 한 송이 장미꽃이었으리.

 

반백의 예순을 넘긴 그대 손 한번 잡아 보고파

어름어름 내 밀어보는 고목 껍질 같은 그 여인네 손은

칼바람 기승으로 은백의 가루 휘몰아쳐

강산도 움츠렸던 칠칠야밤 사립문밖 멀리 동구길로

마중 나와 서계시며 꽁꽁 언 몸을 치마폭에 감싸

두 볼 어루만져 주시던 포근한 그 어머니 손 정녕 아니구나.

 

그대 투정질 할 때마다 깊어진

여인네 근심의 골마루는 아득히 멀고 먼

하늘나라 끝자락에 닿았으리.

시름없이 꿈속에서 무지개 타고 그대 노닐 때

그대의 얼굴에 내리던 여인의 미소는

심연의 골짜기를 감도는 안개 자욱한 그림자였으리.

 

일면 한번 없던 길거리 방랑아 가엾다

동정의 빵조각 건네며 알량한 짓거리 서슴없던

그대를 낳은 아픈 죄로 살아야 했던 순종의 어머님

찾아뵙는 일 버거워 가시덤불 헤쳐 가는 듯

생각조차 싫어진 위선의 낮 뜨거운 삶 그대는

한 점 부끄럼 없이 대지를 활보하며 미소 지었더라.

 

소리 없이 다가오는 죽음의 손길에 다정히 이끌려

검고 검은 세상으로 떠나는 운명의 순간에도

그대의 이름을 부르며 차마 눈을 감을 수 없어

저 하늘 너머 어딘가를 하염없이 오래토록 바라보며

돌아오지 않는 자식의 얼굴 보고 싶어 눈물 흘리는

그 여인은 아들, 당신의 어머니 어머니였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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