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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창변(窓邊)의 손/황송문

  • LV admin 웹지기
  • 조회 36
  • 2018.06.30 10:53

 

 

-남북이산가족 상봉 마지막 날에-

 

하나의 손바닥을 향하여

또 하나의 손바닥이 기어오른다.

차창 안의 손바닥을 향하여

차창 밖의 손바닥이 기어오른다.

줄리엣의 손을 향하여

로미오의 손이 담벼락을 기어오르듯

기어오르는 손바닥 사이에 차창이 막혀 있다.

 

유리창은 투명하지만,

매정스럽게 차가웠다.

차창 안의 손은 냉가슴 앓는 아들의 손

차창 밖의 손은 평생을 하루같이 산 어미의 손

신혼(新婚)에 헤어졌던 남편과 아내의 손

손과 손이 붙들어보려고 자맥질을 한다.

 

손은,

오랜 풍상(風霜)을 견디어내느라 주름진 손은

혹한(酷寒)을 견디어낸 소나무 껍질 같은

수없는 연륜(年輪)의 손금이 어지럽다.

암사지도(暗射地圖)보다도 잔인한

상처투성이 손이 꿈결처럼 기어오른다.

 

얼굴을 만지려고, 세월을 만지려고

눈물을 만지려고, 회한(悔恨)을 만지려고

목숨 질긴 칡넝쿨처럼 기어오르면서

왜 이제야 왔느냐고,

왜 늙어버린 뒤에 왔느냐고,

유복자(遺腹子) 어깨를 타고 앉아 오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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