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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철조망에 걸린 편지/ 이길원 

  • LV admin 웹지기
  • 조회 39
  • 2018.09.15 09:08

2. 철조망에 걸린 편지/ 이길원

 

어머니,

거친 봉분을 만들어 준 전우들이

제 무덤에 철모를 얹고 떠나던 날

피를 먹은 바람만 흐느끼듯 흐르고 있었습니다

총성은 멎었으나

숱한 전우들과 버려지듯 묻힌 무덤가엔

가시 면류관

총소리에 놀라 멎은 기차가 녹이 슬고

스러질 때까지 걷힐 줄 모르는 길고 긴 철조망

겹겹이 둘러싸인 덕분에

자유로워진 노루며 사슴들이

내 빈약한 무덤가에 한가로이 몰려오지만

어머니,

이 땅의 허리를 그렇게 묶어버리자

혈맥이라도 막힌 듯 온몸이 싸늘해진 조국은

굳어버린 제 심장을 녹일 수 없답니다

우리들의 뜨거운 피를 그렇게 마시고도

더워질 줄 모르는 이 땅의 막힌 혈관을

이제는 풀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식어버린 제 뼈 위에 뜨거운 흙 한줌 덮어줄

손길을 기다리겠습니다

무덤가에 다투어 피는 들꽃보다

더 따듯한 손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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