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구글광고
 
작성일 : 20-01-19 14:46
단편소설 서기골 로반(4) 김정애
 글쓴이 : 이지명
조회 : 592  

 

뭐라? , 이게 어따 삿대질이야. 너만 사람이야. 너만 사람이냐고. 숨어사는 탈북자는 설명절도 없냐? 그리고 그간 우리가 일한 삯을 한 푼이나 계산해줬어? 뭘 큰 소리야.”

두 눈에 불을 켠 철규도 지지 않고 한 대 칠 듯이 날뛴다. 보다 못한 덕만이가 철규를 막아 나섰다.

 

명절대목이어서 나무판 돈을 못 받았다고 말했잖아. 내가 받은 걸 안줬어? 뭐가 잘못됐는데. 떼어 먹기라도 했어? 주면 되잖아

덕만이와 상길이가 철규의 앞을 막아서자 로반은 더욱 길길이 뛰었다.

 

그럼 대충 먹을 거라도 마련해놓고 가야지. 그래도 일 년에 한번뿐인 설인데 우린 손가락만 빨고 있으라고? 네가 사람이야? 이거 똥뙤놈 같은 중국조선족 간나 새끼들을 그저 콱!”

철규가 펄떡거리며 부엌바닥에 놓인 소랭이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다 부셔버려. 이 새끼야. 갈데없이 떠돌아다니는 걸 걷어줬더니 이제 와서 뭐 콱? 콱이면 어쩔래, 어쩔래? 탈북자인 주제들이

 

로반이 밥주걱을 쳐들어 성철의 눈을 파낼 듯이 들이대며 악을 썼다.

이러지 마세요. 제발 잘못했으니 그동안 우리가 일한 삯으로 개고기 값을 다 치를게요.”

이번엔 보다 못한 순옥이가 로반의 화를 눅잦히려 들었다.

로반, 그렇게 해요. 지금까지 일한 것은 다 안 받을 테니까 이젠 그만 하자요.”

 

개고기를 놓고 끝없이 이어지던 고성은 그동안의 장작 값을 모두 바치겠다는 조건을 걸고 막을 내렸다. 장작과제를 다 하느라 손발이 얼어드는 속에서 순간마다 참고 견딘 것이 억울하기 짝이 없었지만 별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일꾼들은 다시 장작을 패기 시작했다. 장작을 실은 경운기의 동음이 서기골을 가득 채울수록 신바람이 난 로반은 더욱 목청을 높였다. 설이 지나 눈이 녹으면 소발구도 힘들고 나무에 물이 올라 장작패기가 더 힘들다며 나무가 얼었을 때 바짝 다그쳐야 한다고 성화다.

 

그럼 얼마야. 한 차에 백 원씩만 받아도 하루에 넉 대면 사백 원, 스무날이면 팔천, , 누군 소리만 지르면 생돈 만원이 하늘에서 뚝뚝 떨어지는구먼.”

 

철규가 툴툴대며 속구구를 하자 곁에 있던 상길이도 한마디 곁든다.

, 백원이 뭐야. 한차에 백삼십원이잖아. 그렇게 매일 넉 대씩이면 한 달에 얼만데. 백 원을 뗀 부스러기가 삼천원이 넘는다. 그깟 개고기 고작 얼마한다고 한 달 치 품삯을 쓱싹 처먹겠다니? 에익, 내 더러워서. ! ”

 

철규는 언제든지 기회가 되면 로반을 아무도 모르는 산중에 꽁꽁 묶어놓고 찢어발겨도 시원치 않을 년이라며 이를 갈았다. 힘에 겨운 노동에 지친 그들은 탈북자들을 짐승이하로 취급하는 로반에게 꼭 복수를 해야 한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허나 세상은 요지경이라 했던가. 그날 아침도 순옥은 산골짜기가 어슴푸레 밝을 무렵에 아침상을 다 차렸다. 조기작업에 나선 일꾼들을 불러 아침식사를 하라고 이르려는데 마당의 개들이 일제히 골짜기입구를 향해 냅다 달리며 짖어댔다.

 

집 뒤 우사에서 소똥을 치던 덕만이도, 마당 한쪽에서 돼지죽을 끓이던 상길이도, 밤새 내린 마당의 눈을 쓸던 철규도 불안한 시선으로 개들이 몰려간 곳을 주시했다. 아닐세라 조금 뒤에 개들이 짖어대는 골짜기 입구로 검은색 차량이 불쑥 나타났다. 붉은 경광등이 달린 차였다.

 

공안이다!”

 

공안차를 발견한 철규가 홱, 돌아서며 다급하게 소리치자 돼지죽을 끓이던 상길이가 먼저 손에 쥔 솥뚜껑을 와당탕 내던지고 산으로 뛰어올랐다. 덕만이의 덩치 큰 모습도 어느새 바람같이 사라졌다. 그럴 만도 하다. 며칠 전 노반에게 그토록 마구잡이로 대들었으니 언제든지 공안이 닥칠 것이란 예상은 미리 각오하고 있던 차였다.

 

 처음에 무슨 영문인지 몰라 멍하니 섰던 순옥이도 공안이란 고함에 허둥지둥 소 우사에 나가 남편을 찾았다. 허나 남편의 모습은커녕 그림자도 없다. 급기야 정신을 차리고 뛰려는데 오금이 저려들며 다리맥이 탁 풀렸다. 꼭 어기적거리는 거북이 한가지다.

이를 어째순옥이가 안타까움에 사방을 둘러보는 그때 기회가 왔다. 달아나던 와중에 방에 걸어놓은 비상배낭을 찾아내오느라 되돌아섰던 철규가 그녀의 곁을 지나치는 순간이었다. 순옥은 와락 몸을 솟구어 철규의 옷자락을 움켜잡았다.

 

같이 가요.”

숨을 헐떡이며 매달린 순옥을 보는 철규의 눈이 금세 흰자위로 뒤집혀 사납게 변했다.

 

, 이걸 놓소. 놓으란 말이요. 못 놓겠소? 둘 다 잡히자는 게요?”

 

바빠 맞은 철규가 발칵 성을 내며 순옥을 뿌리쳤다. 잔나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날파람 있는 철규지만 언제 봤냐 싶게 마구 순옥을 떨쳐낸다. 하나 순옥은 놓을 수 없다. 잡히면 끝이다. 북송되면 죽음인데 죽음 앞에서 살 수 있는 희망을 놓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같이 가요 예? 제발

 

차의 엔진소리가 가까워졌다. 급해 맞은 철규는 어쩔 수 없이 순옥이를 매단 채 산위를 향해 뛸 수밖에 없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뛰다가도 매달린 순옥에게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른다.

 

이걸 못 놓겠소, , 놓으란 말이야. 제발 놓으라고

못 놔요. 죽어도

 

단호히 도리머리를 친 순옥의 손아귀가 철로 녹여 붙인 조형물처럼 더욱 억세고 단단해졌다.

제발 같이 가요. 살아도 같이 살아야지. 제발요

헛참, 내가 왜? 당신 남편이라도 되오? 제 남편한테나 매달릴 것이지 어디서 앙탈이요?”

저의 남편이 지금 없잖아요. 제발 살려주세요.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서......”

, 이것 참. 살다가 별일을 다 보겠구만.”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소용없음을 판단한 철규는 입을 악물고 달렸다. 헐떡이며 산마루에 이른 철규는 그만에야 풀썩, 눈밭에 주저앉는다. 순옥을 쏘아보는 두 눈에서 퍼런 섬광이 번뜩한다.

 

산 밑에는 검정색 차량이 산기슭을 에돌아 마당에 들어선다. 제 아무리 총을 찬 공안이어도 이제는 따라올 수 없는 거리다. 그제야 순옥은 슬그머니 혁대를 움켜쥔 손을 풀며 철규에게서 물러났다. 혁대를 얼마나 단단히 틀어쥐었던지 손바닥은 하얗게 핏기가 가시고 손가락은 감각이 없다. 때 아닌 북새통에 어느새 날이 완전히 밝은 것도 몰랐다.

 

미안해요. 그리고 고맙구요.”

됐소. 근데 형님은 어딜 날았소. 참나, 제 안까이 건사할 생각도 않고, 무슨 남편이 그렇소?”

그런 말 마세요. 안 잡혔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아이고, 잡혀가면 죽을 판에 다행? 갸륵하오, 갸륵해. 넨장. 나만 죽을 뻔했지 뭐야,”

순옥은 툴툴대는 철규 옆에 앉아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한산한 마당복판에 철규가 집어던진 빗자루와 돼지죽 바가지가 여기저기 놓여있었다. 굴뚝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바람 한 점 없는 하늘가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퍼져간다.

 

마당복판에 웬 남자가 나서서 산 위에 대고 소리친다.

아주마이, 내요. 서기요. 내려오오. 공안이 아니요 내 개고길 갖고 왔소-

소리친 사람은 분명 로반의 시동생 당서기다. 손에 들고 휘두르는 것도 개고기상표가 찍힌 개고기봉지다. 로반이 개고기를 다 먹었다고 하도 난리친 통에 서기가 내려가는 길로 개고길 사갖고 올라온 모양이다. 결국 서기가 연락도 없이 들이닥치며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마당에 들어선 승용차위에 택시라는 영어문구가 어렴풋이 보였다.

 

 


 
 

Total 74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74 단편소설 서기골 로반(5) 김정애 이지명 01-19 457
73 단편소설 서기골 로반(4) 김정애 이지명 01-19 593
72 단편소설 서기골 로반(3) 김정애 이지명 01-19 435
71 단편소설 서기골 로반(2) 김정애 이지명 01-19 382
70 단편소설 서기골 로반(1) 김정애 이지명 01-19 452
69 단편소설: 복귀(4) 펜문학 창간호 이지명 02-23 1404
68 단편소설: 복귀(3) 펜문학 창간호 이지명 02-23 1408
67 단편소설: 복귀(2) 펜문학 창간호 이지명 02-23 1527
66 단편소설: 복귀(1) 펜문학 창간호 이지명 02-23 1508
65 단편소설: 삼류작가는 늘 뒷북만 친다(3) 오대… 이지명 01-06 1082
64 단편소설: 삼류작가는 늘 뒷북만 친다(2) 오대… 이지명 01-06 1059
63 단편소설: 삼류작가는 늘 뒷북만 친다(1) 오대… 이지명 01-06 1044
62 풍자콩트: 충신의 진정성 (5) 이지명 05-11 2160
61 단편소설: 칠보산(4) 송시연작 펜문학제4호 이지명 05-06 1785
60 단편소설: 칠보산(3) 송시연작 펜문학제4호 이지명 05-06 1783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