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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1-19 14:54
단편소설 서기골 로반(5) 김정애
 글쓴이 : 이지명
조회 : 1,021  

 

로반네 서기가 온 것 같아요

그런 것 같네. 내가 그만 택시를 공안차로 착각했었네, 허참, 노루 제 방귀에 놀란다더니.”

아까 공안이라고 먼저 소리친 사람이 누구예요?” 순옥이가 철규에게 눈을 흘겼다.

 

난 저 택시위에 붙인 물건을 경광등인 줄 알았다니까. 미안해요

어쨌거나 순옥은 안도의 숨을 호, 하고 내쉬었다.

 

그런데 서기가 왜 여기 산에다 대구 소리치죠? 로반을 찾을 텐데? 설마 우릴 찾는 건가

글쎄, 로반이 집에 있을 텐데 왜 산에다 대고 소리치지? 방안에 없나?”

 

혹시 탈북자들이 먹을 개고기도 가져온 게 아니냐며 어림짐작을 하는데 사방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빼곡히 들어선 참나무 사이로 남편 덕만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뒤이어 머리에 온통 눈을 뒤집어쓴 상길이도 나타난다. 그는 다짜고짜 야 철규, 네 눈은 동태눈깔이야? 택시하고 공안차도 못 가려보게하며 어성을 높였다.

 

그러니까, 나 오늘 십년은 감소됐어. 너 이거 어떻게 할 거야덕만이도 곁들었다.

덕만 형은 좀 말하지 말기요. 내가 소리 좀 질렀기로서니 그런 말할 자격이나 있소? 거 아무리 급해도 제 안까이 건사는 해야지 뭐요? 그러고도 남편이요? 혼자 내 빼면 형수는 어쩌라는 거요. 저게 진짜 공안 차였다면 아주마이가 내 혁대를 잡고 늘어지는 통에 우린 둘 다 잡혔을 거요.”

그건 미안하다. 나도 무슨 정신에 튀었는지 모르겠어.”

 

그걸 말이라고, 에구 참. 형수, 뭐 저런 사람과 같이 사우, 내라면 백리밖에 나가떨어지게 콱 차버리겠소. 젠장

이 사람, 무안하게.......나도 모르게 그렇게 튀었다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니?”

 

그러면서 덕만은 멋쩍은 얼굴로 흘끔흘끔 순옥의 눈치를 살폈다.

아녜요. 그 사람은 잡히면 죽어요. 처음 여기로 왔을 때 다 말했잖아요.”

 

그럼 난? 나는 잡히면 사오? 우리 탈북자는 다 같은 입장이요. 아무튼 공안이 아니니 이제야 숨 쉴 만 하구먼. 글쎄 택시를 공안차로 착각한 내가 죽일 놈이지. 형수, 앞으로도 이런 일이 터지면 그때도 내 바지춤 잡소. 뜀박질은 더뎌도 힘은 나더라니까, 흐 하하하

 

맑은 하늘가로 세 남자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햇살처럼 퍼져나갔다. 순간에 닥친 위험이지만 공안이 아니라는 안도감이 그들을 웃게 만든 것이었다. 순옥이도 따라 웃었다. 가슴 한편에 허탈감이 갈마든다. 국적 없는 신분이 비참하여 서로가 웃으며 격려하며 위안을 삼는 것이었다.

 

넷이 산기슭을 따라 내려서는데 우뚝하게 솟은 커다란 바위 뒤에서 버스럭 기척이 또 들렸다. 혹시 눈 속에 잠자던 맹수인가 싶어 일행은 숨을 죽인 채 소리 난 쪽을 주시했다. 그러나 바위 뒤에서 눈을 털며 조심히 일어선 사람은 뜻밖에도 빨간 머리의 로반이었다. 풀어헤쳐져 산발이 된 머리카락사이로 로반의 놀란 두 눈이 철규 일행과 딱 마주쳤다.

 

아니? 눈앞에 펼쳐진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잠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긴장이 흘렀다. 탈북자들을 다루는데 맹수처럼 날뛰던 로반이 왜 여기에 있는지, 로반도 그만에야 와뜰, 놀라 몇 발자국 뒷걸음질 치더니 풍덩 눈무지에 주저앉는다.

아니 로반, 로반이 여기에 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철규가 급히 물었다.

 

순옥이도 놀란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로반에게 다가섰다.

이게 다 뭐예요. 그럼, , 로반도 탈북자예요?”

 

로반에게 다가선 순옥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 앞에 힘없이 고개 숙인 로반은 엊저녁 하늘이 무너져라 고함치던 로반이 아니었다. 머리를 숙이고 손톱눈을 쥐어뜯던 그녀가 천천히 머리를 든다. 머리카락과 얼굴에 묻은 눈이 흐르는 눈물에 섞여 범벅이 되어있었다.

실은, 실은 이제 와서 뭘 속이겠어요. , 저도 여러분과 똑 같은 탈북자에요. 강 건너에 사고를 당해 운신을 못하는 남편과 앓는 아들을 두고 온 여자구요, 으흐흑

 

, 세 남자가 거의 동시에 입을 쩍 벌리고 먼 하늘을 쳐다본다.

 

어쩔 수 없었어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남편과 앓는 아기를 살릴 방법이 없었어요. 제발 이해해 주세요.”

침통한 얼굴로 서로 마주보는 탈북자들의 머리위로 산매 한 마리가 빙빙 배회하다 마침내 먹이를 발견했는지 쏜살같이 내리 꽃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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