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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5-06 13:35
단편소설: 칠보산(1) 송시연작 펜문학제4호
 글쓴이 : 이지명
조회 : 1,262  

단편소설

 

칠 보 산

 

날이 밝을 무렵 출발한 승합차는 오전 8시경에야 칠 보산 정상에 올라섰다. 일행은 잠시 쉬어 갈 겸 차에서 내려 산 아래 전경이 한 눈에 보이는 길 가장자리에 다가섰다. 초록으로 곱게 단장한 6월의 명산은 아침 햇빛을 머금어 수려하고 장쾌하다.

아득히 펼쳐진 신비로운 산천을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승우가 한마디 한다.

, 기막힌 일이네. 과연 누가 이 신비로운 장관을 빚었단 말인가?”

그러게 말입니다. 하늘이 빚은 건지, 귀신이 빚은 건지, 참말로 신기합니다.”

 

초소장 남호가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그동안 이 산을 수십 번 드나들었지만 번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유혹하는 자연의 변화무쌍함에 탄복하며 절로 감격해 지는 것이다.

산으로 따진다면 이보다 더 멋스러운 산이 지구상에 몇 개나 될까.

높이 906미터 백두화산대가 마천령산맥과 함께 이어지면서 백두산, 간백산, 등 여러 화산을 일으켜 길주, 명천지구대를 건너 동쪽에 칠보산지를 만들고 남쪽멀리 울릉도까지 이르렀다고 하니 신이 아니라면 누가 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대자연을 빚어낸단 말인가.

원래 일곱 개의 산이 하늘을 찌를 듯 가지런히 솟아 있다 하여 칠 보산이라 하였는데 여섯 개의 산은 바다에 가라앉고 이 산만이 남았다는 전설, 이곳은 함북팔경의 하나인데 그 웅장함과 수려함, 기암괴석으로 유명하다.

내칠보 동쪽에 있는 외칠보에는 여러 가지 이름의 봉우리들과 자연 동굴들이 있고 개심사가 있는 개심 동은 주위의 산들과 계곡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명산의 경치에 흠뻑 취해 환희의 감탄사를 지를 것 같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환희고개에 오르면 멀리 외칠 보가 늘어서고 오봉산, 금강봉, 망월대, 무희대, 기와집바위가 보인다.

천상의 선녀들이 내려와 노래와 춤을 즐겼다는 무희 대를 지나 절묘한 바위들이 수백 가지 모습을 간직하고 길게 뻗은 해칠 보엔 아늑함이 돋보이는 솔 섬 해안이 있다.

 

해안을 마주한 섬 안쪽으로 갈매기를 연상하는 하얀 건물 여러 채가 산뜻하고 날렵하게 지어져 있으니 그곳은 바로 김정일의 특 각이다.

그곳 별장책임자인 승우는 지금 도에 있는 본부로 회의 참석 차 다녀오는 길이다.

석비레로 잘 다져진 도로는 누런 황금빛을 발산하며 굽이굽이 이어져있다. 비가내리지 않는 한, 도로는 항상 깨끗이 정리되어 있다. 전문 인력이 늘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타이어의 부드러운 진동소리는 아스팔트길보다 안정감을 준다.

이곳 해안선 몇 십 킬로 구간은 특 각이 있는 이유로 일반인이 들어오지 못하는 통제 구역이다. 천해의 자연을 그대로 먹고 자란 산과 바다에서 나는 모든 먹을거리들은 진귀한 맛을 낸다. 특히 해산물의 맛은 일품이어서 간부들이 내려오면 혀를 내두른다.

 

어디 가서 이렇게 맛있고 신선한 어물을 먹어보겠나.”

그럴 때마다 승우는 이곳에서 일하는 것에 은근히 자부심을 느낀다.

도에서 오랫동안 간부로 지내왔던 승우가 이곳에 부임된 건 십여 년 전 일이다.

수없이 복잡한 일로 눈코 뜰 사이 없이 바빴던 도당위원회 경리부장의 직책은 너무 버거웠다.

많은 간부들이 비위를 맞추며 그들의 후방사업을 도맡아야 했고 도당위원회 운영에 필요한 자금과 물자를 부족함 없이 보장해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책임감 있는 일솜씨를 인정받아 이곳에 왔지만 이 일도 생각보다 벅찼다.

여기서는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한다. 늘 긴장하고 일하지만 작년 이맘 때 김정일이 다녀가고는 더 그랬다.

함경북도당위원회에 소속이었던 별장은 김정일이 다녀간 후, 중앙당 연락소 산하 특 각으로 바뀌었고 승우도 도당위원회 소속에서 중앙당 연락소에 소속되었다.

그 일로 승우는 군복을 입고 대좌로 승진 했다. 중앙당1호 대상으로 특별 열차를 타고 평양으로 출장도 다니고 접 견자대우를 받게 된 것이었다.

사실 승우는 운 좋은 사나이였다. 원산 경제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평범한 어부의 자식이었다. 위에서 힘을 쓸 만한 친인척도 없었다. 하지만 총명한 머리와 성실함으로 첫 배치지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능력을 인정받았다. 군당 검열위원회 지도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각 부처들과 공장기업소들의 재정관리 상태와 경제 관리운영을 검열하는 일을 도맡아했다.

워낙 깐깐하고 숫자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그의 손을 거치면 어떤 비리도 부정도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 뛰어났다.

그 실무가 인정되어 결국 도당위원회 재정경리부 부장으로 승진한 것이었다.

 

이곳에 온 후 승우는 늘 일찍 출근해 별장의 구석구석을 살폈고 미흡한곳을 직접 손보았다.

요즘 그에겐 한 가지 골칫거리가 있었는데 별장 객실에 자주 출몰하는 벌레들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좀 떨어진 주을 온천지역에 또 다른 김 부자의 별장이 있는데 그곳은 그들이 자주 내려오는 곳이었다.

어느 해인가 김정일이 별장을 찾았을 때 1호각 특실에 벌레가 출몰하여 소동이 일었고 그곳 김 소장은 바로 해임 철직되었다.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또한 자연의 현상인데 그게 죄가 되어 귀신 모르게 사라진 김 소장이 너무 안됐고 승우역시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해충 약을 사다 방 구석구석에 열심히 뿌려보지만 가끔씩 모습을 드러내는 벌레들을 완전히 없애기엔 부족한 듯하다.

잡다한 생각에 몰두해 객실 여기저기를 살피던 승우는 반쯤 열어놓았던 문가에 인기척이 나자 머리를 들었다. 문가에 다가선 사람은 연락소 참모장이었다.

 

아니, 참모장동지! 연락도 없이 이렇게 오셨습니까?”

, 박 소장, 잘 지냈소? 이 앞 바다를 지나다 들렀소.”

그렇습니까. 잘 오셨습니다. 오늘은 날씨도 좋고, 낚시나 하다 가십시오. 제가 편히 모시겠습니다.”요즘 들어 자주 내려오는 참모장이라 승우는 스스럼없이 말을 건넸다.

그래, 며칠 좀 쉬다 가야겠소.”

참모장은 약간 처진 듯 어깨를 기대며 소파에 주저앉았다.

 

, 꿀물한잔 타드릴까요? 여기서 키우는 벌은 토종이라 맛이 참 좋습니다.”

, 거참 좋겠군. 한잔 주시오.”

참모장은 승우의 상관이었다. 따라준 꿀물을 천천히 들이키며 참모장이 한마디 했다.

멀리 다녀왔더니 많이 피곤하구만

 “, 정말 그러시겠습니다.”

승우는 그가 다녀왔을 곳을 마음으로 가늠하며 응수했다. 연락소 본부는 도시 해안가에 위치해 있었다.

큰 규모의 대남연락소로 알려졌으며 신진 동항에 전용항구도 따로 구비돼 있었다.

항구에는 백색의 14천 톤짜리 무역선과 500마력 고기잡이 배, 소형고속정들이 정박해 있었다. 바다를 통해 남파 될 간첩을 무사히 목적지 까지 데려다 침투시키고 데려오기도 하고 대략 그런 곳이라는 것만 대충 알고 있는 승우다.

 

대남사업이 주 업무인 그들이 하는 일은 모든 것이 극비에 속한다.

저번 김정일이 별장을 찾았을 때도 그를 이곳으로 안내한 사람이 참모장이었다.

그때는 특 각이 연락소 소속이 아니었지만 아무 사전 얘기도 없이 바로 김정일을 이곳으로 안내한 걸 보면 그들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었다꿀물을 다 마신 참모장을 안내하여 승우는 3호각으로 향했다.

 

, 참 연희는 고향에 잘 다녀온 거요?” “네 다녀왔지요. 부모들이 어렵게 사나 봅니다.”

그렇군.”

참모장은 얼굴에 묘한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는 올 때마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2층 방으로 올라갔다.

어느새 눈치 빠른 연희가 고운 얼굴로 반색을 하며 쪼르르 달려와 인사를 한다.

참모장 동지, 안녕하십니까.” “, 그래 잘 지냈나. 어이구, 점점 더 고와지누먼...”

아이 참, 참모장동지도.”연희가 수즙은 미소를 짓는다.

연희는 참모장이 내려올 때마다 심부름을 했다. 팀의 조장이니 승우가 그리하라고 일렀기 때문이었다.

 

*

 

노을 지는 바닷가에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갸름한 턱을 한껏 치켜들고 연희는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바람을 맞받아 걷는다.

하루 종일 따분하던 기분이 한결 가시는 것 같다.

 “, 시원해!”

그녀는 종알거리며 고운 얼굴에 홍조를 피운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녀가 이곳에 온지도 벌써 7년이 지나갔다.

여기 오기까지 복잡하고 엄격한 검열을 통과하며 얼마나 힘들었던가.

18세 시골소녀가 겪기엔 충격적인 검사였다. 군과 도, 중앙당을 거쳐 수차례 까다로운 심사, 그중에서도 제일 싫었던 건 신체 검사였다.

온몸에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몸매며 피부 상태며 은밀한 부위까지 남자의사, 여의사 가리지 않고 보여주어야 했을 때 시골소녀는 수치심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뽑히기도 쉽지 않았고 모든 걸 견뎌내야만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참아냈다. 정작 합격되었을 땐 지금부터 하는 일은 무덤까지 비밀로 하겠다는 혈서를 썼다.

그런데 평양에 있는 당 중앙 청사나 김정일의 저택이 아닌 지방 특 각에 배치될 줄은 몰랐었다. 커다란 환상에 부풀어있던 연희는 실망하여 누가 볼까 이불속에서 몰래 눈물을 삼켰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곳에라도 오게 된 건 다행스런 일이었다.

수백 명이 선발되어 지방에서부터 중앙까지 합격한다는 건 하늘의 별 따 기었다.

 

연희는 어린 때부터 빼어난 미모로 시골마을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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