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구글광고
 
작성일 : 18-02-23 10:46
단편소설: 복귀(2) 펜문학 창간호
 글쓴이 : 이지명
조회 : 448  

 반장이란 자는 오금이 저렸다. 오전에 사무실에서 새로 온다는 자의 신원을 관리소장에게 들을 때 매우 센 놈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인줄은 미처 몰랐다. 그렇지만 관리소에 들어 온 죄수가 감히 선생님들을 패다니, 예외 없이 주리를 틀어야겠지만 그건 묶어 놨을 때의 일이고 당장은 그 주먹에 자기가 죽게 생겼다.

 

? 왜 이래. , 어 내 잘못했어. 이해해. 아까 말했듯이 춘궁기가 돼 참을 수 없어 그랬어. 여자가 고와 가슴 한 번만 보려 한 것뿐이야. 당신도 남자니까 아 거, 알면서, 이해하라니까 다신 안 그럴게 제발,”

우선은 이 자리를 벗어나야 했음인지 비는 꼴이 눈 시려 못 보겠던지 서장우는 냉소를 지었다. 

                                

들어갑시다.”

서장우는 아내를 껴안고 토굴집 안으로 들어섰다. 밖의 소란에 무서워 울먹이던 어린 딸은 눈물에 얼룩진 얼굴을 들고 들어서는 아빠와 엄마를 빤히 쳐다본다. 중국식 캉으로 된 온돌 위는 천정까지 40센티 정도밖에 안되는데 어린 애가 앉았어도 머리가 천정에 닿는다.

 

 허리를 굽히고 들어서자마자 장우는 딸을 안고 그 얼굴에 자기 얼굴을 비볐다. 앞길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라도 하듯 방금 닥친 일이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더구나 하늘처럼 모셔야 할 선생님이란 자들을 죽 탕치 듯 뭉개놨으니 그 후환이 어떠하리라는 것도 짐작할 만 했다.

 

아내는 놀란 가슴을 진정할 수 없는지 아무 말 없이 온돌에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쉰다. 뜻하지 않은 일로 여기에 끌려올 때 서장우가 가장 걱정했던 것이 바로 아내와 어린 딸의 신상이었다. 당해 보니 정신이 번쩍 든다. 이제 이놈들이 음으로 양으로 자기뿐이 아닌 아내에게 어떤 위해를 가할지 모른다. 자기가 당하는 것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그러나 두 눈 멀쩡히 뜨고 아내가 당하는 모욕은 참아낼 수 없을 것 같다. 오늘은 예서 그쳤지만 다음번에도 두 주먹이 이성을 잃지 않으리라는 담보가 없다. 그 다음엔? 물론 자기는 죽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내와 딸만은 죽어서는 안 되었다.

 

 

두 눈 멀쩡히 뜨고 가족을 죽음에 몰아넣는다는 것은 사내로서 가장 큰 수치라는 사실이 사무치도록 안겨들었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마지막 남은 카드를 아무래도 지금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여기 관리소에 들어 올 때까지만 해도 그에겐 억울한 죄를 뒤집어 쓴 것에 대한 반항이 남아 있었다. 어디 데려 갈 테면 가라는 식이 배짱으로 대했다. 그러나 정작 들어온 여기는 사람이란 명분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서장우는 움쭉 일어났다. 아내의 손을 감싸 쥐고 가랑가랑 눈물이 고인 고운 눈을 이윽히 들여다보는 서장우의 볼이 실룩거렸다. 쳐다보는 아내의 그윽한 호수 같은 눈은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는 눈이 아니었다. 자기라는 존재가 미치도록 혐오스러웠다.

 

 

내 나갔다 올께 조금만 기다려. 당신을 어떻게든 구해 주겠어. 날 믿어

장우는 와락 아내를 그러안았다. 그 다음 피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2

관리 사무소 소장실 소파에 퍼더버리고 앉아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백천덕은 들어서는 서장우를 멀거니 쳐다보았다. 책상위에는 금방 소제해 올려놓은 권총이 번들거리며 놓여있다.

들어 선 서장우가 공손히 앞에 와 머리를 수그리자 그는 총을 쥐며 거만하게 말을 뱉었다.

 

무슨 일이야?”

우리 거래를 합시다.”

거래? 무슨 거래?”

내게 숨겨 놓은 달러가 있습니다.”

숨겨 놓은 달러? 얼마나 되게

“30만 달러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눈을 껌벅거리는 백천덕의 얼굴이 착잡해졌다. 30만 달러라니, 이게 무슨 귀신이 호두열매 까먹는 소린가! 무슨 애 이름도 아니고, 그런 거금을 숨겨 두고 예까지 잡혀 왔다? 자식 거짓말이겠지, 이 자식이 지금 지은 죄가 있어 날 떠보는 거야.

 

백천덕은 그렇게 생각했는지 히죽 웃었다.

그러니까 뭐야. 그걸 바치고 대신 여길 빠져 나가겠다 이건가?”

그렇습니다.”

,”

갑자기 백천덕은 천둥 같은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섰다.

너 지금 누굴 놀리는 거야?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어?”

 

진정하시오 사실이니까. 그걸 국가안전보위부기금으로 내 놓겠으니 어서 제보하시오.”

정말이야?”

거짓말 할 이유가 없소.”

백천덕은 권총을 들어 서장우의 이마를 겨냥했다. 방아쇠에 건 손가락에 힘을 주며 씹어 뱉듯 뇌까렸다.

이 자식 관리소장을 뭐로 보고 그따위 개수작을! 네깟 놈 예서 쏴 죽인들 아무 문제도 없어. 다시 묻겠다. 이제라도 거짓말이라고 말하면 방아쇠는 당기지 않겠다. 어서 말해!”

 

서장우는 눈을 감았다. 괜히 허세를 부리는 꼴이 메스꺼워 속이 울렁거린다. 그는 와락 달려들어 백천덕의 목을 거쿨진 손으로 움켜잡았다.

제보하라면 해. 미화 30만 달러야. 정신 있는 놈이라면 그걸 그냥 썩힐 순 없잖아

이거 놔 안 놔?”

 

백천덕이 꺽꺽거렸다. 손에 들었던 총이 어느새 장우의 손에 들렸다. 서장우는 멱을 잡았던 손을 놓았다. 기세등등하던 백천덕의 얼굴이 꺼멓게 죽었다. 장우는 총을 들고 왼손으로 전화기를 가리켰다.

어서 제보하라니까

 

백천덕은 수화기를 들었다. 직통 전화여서 이내 연결된다. 백천덕은 장우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입소한 서장우 말입니다. 미화 30만 달러를 내놓겠다는데 어쩌면 좋습니까?”

 

잠시 후, 수화기를 내려놓은 백천덕이 이젠 총 내려. 하며 힘없이 소파에 주저앉는다.

서장우는 그 옆에 총을 던졌다. 그랬지만 백천덕은 그 총을 손에 쥘 생각도 못한다.

본부에서 곧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어. 근데 말이야. 너 그걸 왜 관리소에 들어와서야 내놓는 거야. 무슨 꿍꿍인데?”

사실은 여기에 수용될 줄 몰랐소. 그냥 어느 오지에 추방 가는 줄 알았지.”

서장우는 긴 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뭐야. 시골쯤 가면 그 돈으로 흥청망청 살아보려고? 하기야 지금 같은 세월치곤 나쁜 생각은 아니지. 근데 말이야

백천덕은 뚜벅뚜벅 제자리로 돌아가 총을 집어 서랍에 넣으며 조금 여유를 부렸다.

네가 그리 생각했다는 게 문제야. 보위부에 걸리면 관대해야 관리소에 수용된다는 것쯤은 알아야지.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지. 사상이 나쁜 놈을 살려두어선 뭘 해. 안 그래?”

 

그렇긴 하지만. 원래는 오늘저녁까지 내가 전화하지 않으면 내일 평양에서 내 친구가 본부에 전화하기로 했소. 오지에 추방가면 내가 먼저 전화하기로 했으니까, 여기 들어오면 외부와 일절 연락이 안 되지 않소.”

그러니까 오, 무슨 소린지 알겠어. 그런데 하룻밤만 기다리면 될 것을 왜 이리 서두르지?”

알면서, 방금 전 겪어보니 더러워 못 있겠소. 잔 개미들이 날친다는 건 참. 죽이지도 못하고, 한시가 급하오 이런 곳에 내 아내와 애를 잠시도 방치해 둘 수 없어 그러오.”

 

 

보기 드문 애처가로군. 그러잖아도 어떻게 처벌할까 생각 중이었어. 경비병들도 잘한 건 없지만 그렇다고 맞불질한 당신을 관리소 기강을 위해서도 가만두어서는 안 되겠지. 날 찾아오길 잘했어. 아니, 돈이 좋다고 해야 하나? 당신 장사꾼이라서 그런지 앞 뒤 계산을 잘해 선견지명이 있어. 그건 그렇고 솜씨가 보통이 아니던데 그건 어데서 배웠지?”

 

미안합니다. 젊은 놈이 성질부려서. 군대 때 배운 것입니다. 대남연락소에 있었으니까요.”

알만해 집에 가서 기다려. 곧 사람이 오던 전화가 오던 할 테니까 그때 알려 주겠어.”

 

<3>

그 시각 본부에선 몇 사람이 바삐 움직였다. 부장은 백천덕의 전화를 받자마자 이내 수화기를 바꿔 들고 담당자를 찾았다. 조금 후 들어선 수사관 박일천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을 새 없이 부장에게 도착 보고를 한다.

 

 

어떻게 된 거야?”

그의 보고를 듣는지 마는지 관리소에서 온 전화내용을 말하고 난 부장이 물었다.

차분한 성격에 죄수예심에서도 늘 냉정을 잃지 않고 빈틈없이 일처리를 하는 박일천으로서는 이외의 말이었다.

 

그럴 리 없습니다. 서장우에게서는 이미 짜낼 대로 다 짜 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그런 큰돈이 있을 수 있죠?”

그걸 지금 내게 묻는 거야?”

 

 

너무 황당해서 그럽니다. 서장우가 책임자로 일한 대성무역상사는 주로 러시아 원동지방에 나가 현지 토산물을 수거해 그걸 중국에 들여다 파는 일이었습니다. 곰의 열이라든가 산삼, 산청 야생동물 가죽 같은 비싼 물건들에 손 대다보니 수익도......”

 

, , 긴 설명은 필요 없고, 그렇다고 자넬 죽이자는 건 아니야. 근데 어찌 30만 달러나 되는 돈을 놓치는가 말이야?”

글쎄요 거짓말이 아닐까요?”


 
 

Total 69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69 단편소설: 복귀(4) 펜문학 창간호 이지명 02-23 443
68 단편소설: 복귀(3) 펜문학 창간호 이지명 02-23 442
67 단편소설: 복귀(2) 펜문학 창간호 이지명 02-23 449
66 단편소설: 복귀(1) 펜문학 창간호 이지명 02-23 418
65 단편소설: 삼류작가는 늘 뒷북만 친다(3) 오대… 이지명 01-06 473
64 단편소설: 삼류작가는 늘 뒷북만 친다(2) 오대… 이지명 01-06 450
63 단편소설: 삼류작가는 늘 뒷북만 친다(1) 오대… 이지명 01-06 471
62 풍자콩트: 충신의 진정성 (5) 이지명 05-11 1379
61 단편소설: 칠보산(4) 송시연작 펜문학제4호 이지명 05-06 1257
60 단편소설: 칠보산(3) 송시연작 펜문학제4호 이지명 05-06 1273
59 단편소설: 칠보산(2) 송시연작 펜문학제4호 이지명 05-06 1168
58 단편소설: 칠보산(1) 송시연작 펜문학제4호 이지명 05-06 1215
57 단편소설: 어떤 여인의 자화상(4)윤양길 이지명 04-03 1539
56 단편소설: 어떤 여인의 자화상(3)윤양길 이지명 04-03 1616
55 단편소설: 어떤 여인의 자화상(2)윤양길 이지명 04-03 1562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