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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2-23 10:58
단편소설: 복귀(3) 펜문학 창간호
 글쓴이 : 이지명
조회 : 441  

그거야 자네가 더 잘 알 거 아닌가. 취급자가 내게 되레 물어?”

그렇게 앞뒤를 모르고 덜렁대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만,”

근데 그자의 기본 죄목이 무엇이었나?”

 

아시면서, 심양에 들어가 남조선 놈들과 어울린 제보가 들어와서 그리된 것 아닙니까?”

그건 나도 알지만, 가만 제보자가 같이 동행한 사람이라지?”

그렇습니다. 심양주재 우리영사관에서도 서탑을 드나드는 남조선업자들이 있어 그곳 거래는 그만두라고 여러 번 권유했지만 서장우는 그걸 무시하고 계속 진행했다고 했습니다.”

그자에게서 거두어들인 돈이 10만 달러 쯤 된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사실 조사 결과 그 이상의 돈은 없는 걸로 보였습니다. 무려 요원 20명이 달라붙어 장부 검사를 하고 관계정황을 알아봤으니까요.”

물론 그 10만 달러는 국고에 들어갔겠지?”

부장은 돈에만 관심이 있는 듯 보였다.

공개 체포였던 만큼 거야 당연한 것 아닙니까

내 이야기 하나 들려줄까?”

 

?”

안 듣겠음 말고,”

, 아닙니다. 듣겠습니다.”

자네 경우와 비슷하니까 귀맛이 당길 거야. 내 수사관 때 말이야 골동품 장사꾼 한 놈이 걸려들었는데 되게 큰 놈이었어. 그 자가 진술이 끝난 후에 더 큰 돈을 숨겨 놓고 나를 골탕 먹였지. 자네경우와 비슷해.”

그래서요?”

 

원래 면밀한 놈들은 항상 미제를 남겨 놓거든. 목숨이 경각에 이르렀을 때 그 돈으로 목숨거래를 하자고 말이야 더욱이 외화를 주무르는 놈들에겐 그게 필수이기도 하지

그래서 풀어주었습니까?”

그때는 돈이 통하지 않는 때었으니까 용서 받을 수 없었지. 대신 목숨은 살렸지. 노동당 자금으로 내놓았으니까, 후에 수용소에서 매 맞아 죽었지만 그런 방법을 쓴 덕에 5년 쯤 더 살았을 거야.”

그러니까 서장우도 살기 위해 그만한 돈을 끝까지 숨겼단 말씀입니까?”

그렇다고 봐야겠지. 30만 달러면 지금 세월엔 본직은 아니더라도 유사한 직업에 다시 복귀할 수도 있을 테니까, 지금은 내 젊은 시절과 달라. 돈이면 뭐든 해결할 수 있는 때지

“?”

 

서장우 그 자는 분명 그렇게 거래조건을 내걸 거야. 틀림없어. 30만 달러도 분명 있을 거고, 곧 요원들을 데리고 가서 그 자를 면담해 봐

부장동지예견처럼 진짜 복귀시켜 달라면 어쩌랍니까?”

해 주라고, 내가 뒤를 봐 줄 테니. 솔직히 30만 달러가 어디야. 지금 국가보위부외화벌이명의로 전국에 수십 개의 부업단위가 있지만 한해 수익이 얼만지 알아?”

그거야

흥 이 구실 저 구실 붙여 다 잘라먹고 개자식들이 본부에 수금하는 돈이 서장우가 내 놓겠다는 30만 달러에 못 미쳐

 

그러니까 서장우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해 외화벌이부업과 맞먹는 액수군요.”

그렇지. 정부에서 자금 지원이 없으니 그리만 되면 갠 일등 애국자야. 나라의 정치안전에 기여한 공로자니까. 30만 달러만 내 놓는다면 그를 본부외화벌이책임자로 만들 생각이야. 그러잖아도 대성무역이 너무 잘나가 언제든 손에 넣으려던 참이었어. 이건 내 생각만이 아닌 윗선 생각도 같을 거야. 나라안전도 돈이 있어야 지킬 거 아닌가? 서장우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러한 객관적 사정을 감안하고 자네의 가혹한 예심을 임기웅변으로 넘겼을 거란 말이지. 역시 범상한 인물이 아니야 골수까지 장사꾼 기질로 꽉 들어찬 놈이지. 어때 이야기 재미있었나?”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건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는 명 강의입니다.”

그렇게 잘 아니 이젠 나가 보게. 일 잘 성사시켜야 하네. 아니면 자네 두 번째는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야.”

알겠습니다.”

 

박일천은 기운차게 일어나 경례를 한 다음 방을 나섰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일을 진행시켜야 할 것인가 하는 그림이 채색무지개처럼 눈앞에 그려졌다. 너무 흥분되어 가슴이 터질 듯 팽팽해진다. 일이 성사되면 자기는 일확천금을 단 한순간에 해결하는 공로자가 되는 셈이다 승진도 문제없을 것이다. 먼 우레 소리가 들렸다. 요즘은 철모르는 소나기가 자주 내린다. 봄 소나기는 어느 모로 보나 유익한 것이 못된다지만 한껏 부푼 박일천에게는 그 우레 소리가 초대박을 알리는 천둥소리처럼 귀맛 좋게 들렸다.

 

4

무릇 세상살이란 언제나 피치 못할 변수를 안고 있다. 서장우도 그걸 잘 안다. 그건 그가 가슴을 옥죄이며 타국의 국경을 넘나들며 당의 과제인 외화를 벌어들이는 과정이 잘 실증해 주었다. 실지 시베리아 토산물을 중국인들은 한 다리 거쳐서 구입하려 하지 않았다. 원동 지방엔 토산물 수거를 위해 중국인들이 한 벌 깔렸다. 직접 거래를 위해서다. 한국에서 석청이라 부르는 토산품인 산청은 사실 한국인들이 손에 넣지 못해 안달 나 하는 물건이기도 하다. 왜냐면 한국엔 국내어디를 가도 석청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돈이 되어도 아주 많이 되는 물건이다. 곰의 열이나 산삼 그리고 시베리아 토종산짐승들의 가죽도 많은 이윤을 남겼다. 그런 자금줄인 한국을 단지 적대국이라는 명목으로 거래자체를 정치적인 문제로 둔갑시켜 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

 

처음부터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계속 사업을 추진시켰다. 그러지 않으면 당적 외화과제를 해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결국 그에게 포승줄을 선물했다.

박일천을 만난 서장우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가족을 안전한 곳에 살게 하되 그 결과를 직접 확인한 기초에서 30만 달러를 내놓겠다는 제의였다. 박일천은 쾌히 승낙했다. 본부장의 의도를 충분히 알고 또 지시받은 만큼 못할 것도 없었다.

 

가족을 어디로 보내면 되겠는가고 여유를 부리기까지 했다. 잠시 생각하던 서장우는 처가가 신의주에 있으니 시내 어디든 집을 주고 살림살이를 갖춰 달라고 청을 했다. 평양에서만 살던 아내가 낯 선 곳에서 정착을 잘하자면 처가가 있는 그곳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일천은 일고의 주저도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대신 30만 달러가 없으면 가족은 물론 처가까지 몰살당할 거라고 오금을 박았다.

그건 걱정 말라며 서장우는 향후 자기 자신은 어떻게 되냐고 심중한 얼굴로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박일천은 본인만 좋다면 국경인 신의주에 사업체를 꾸리고 세계 어디든 국가안전보위부소속명의로 외화벌이를 할 수 있게 모든 것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내 개인의 말이 아닌 본부의 의도라고 일렀다. , 손가락을 튕길 정도의 희소식이었지만 왠지 서장우의 얼굴엔 가는 비웃음이 스친다.

 

잠시 후 박일천의 타고 온 지프차가 서장우의 가족을 싣고 출발했다. 눈물이 그렁한 채로 차 문을 열고 바라보는 아내의 수척해진 모습을 서장우는 담담하게 바라보았다. 간단히 손을 들어 이별의 아픈 가슴을 달랬다.

 

그 날 저녁부터 서장우는 더는 정치범관리소에 수감된 죄인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특별 우대손님이다. 소장 사무실에서 조촐한 만찬이 있었고 서장우가 귀빈 대접을 받았다. 만찬이 끝난 후 안쪽에 있는 침실에서 하룻밤 잠을 자게 되었다. 물론 사무실 복도와 바깥엔 삼엄한 경계망이 펼쳐졌다.

 

자정을 알리는 시계종소리가 괴괴한 정적을 깨뜨린다. 잠들지 않고 뒤치락거리던 서장우는 소리 없이 일어났다. 침실 문을 열고 잠시 동정을 엿보다가 맨 발 걸음으로 책상에 놓인 전화기로 다가갔다. 수화기를 살며시 들고 번호를 누른 다음 어딘가에 연결시켰다.

전화는 이내 연결된다. 미리 약속이 돼 있는 것 같았다.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은 후 이내 전화를 끊었다. 대화 내용은 모두 숫자였다.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대화다. 침대에 돌아 온 서장우는 이내 잠들었다. 잠든 그의 모습은 전화 걸기 이전과 달리 매우 평온해 보였다.

 

다음 날 오전 서장우는 아내와 통화할 수 있었다. 박일천이 넘겨주는 수화기를 넘겨받자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기는 무사히 신의주에 도착하여 집까지 배정 받았다는 것이었다. 방이 두개인 아파트고 냉동고며 가스통까지 들여 놓은 편리한 집이라며 이제 당신만 오면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거라 울먹이며 말한다. 서장우는 후, 하고 긴 숨을 내쉬었다. 바위 같이 억센 그의 턱이 안도감으로 실룩거렸다.

 

<5>

점심시간 쯤 되어 장우가족을 싣고 갔던 지프차가 돌아오자 일행은 식사 후 이내 승차했다. 다섯 명이다. 박일천이 조수석에 않고 뒷좌석 가운데에 서장우가 앉았다. 양옆에 앉은 젊고 팔팔한 요원들은 가슴에 손을 넣고 묵묵히 앉아 있다. 여차하면 총을 꺼내 발사할 준비가 완료된 자들이라는 것을 장우도 잘 안다. 그랬지만 서장우는 짐짓 모른 척 아무내색 없이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차가 수도인 평양시내에 들어선 것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시내를 가로질러 달리던 차가 멎은 곳은 교외의 수풀 속이었다. 평양시 상하수도관리사업소란 간판이 붙은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미 연락이 된 듯 사업소 간부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박일천을 맞았다.

일행은 곧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지배인실에 들어서서 한 숨 돌리는데 아까 마중 나왔던 사람이 젊은 여자 한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

여자가 컴퓨터를 켜는 사이 그들의 앉은 맞은 켠 벽에 스크린이 드리워졌다. 불이 꺼지고 스크린엔 동영상으로 묶은 평양의 지하하수도 전경이 펼쳐졌다.

잘 살펴봐. 혹 기억이 없을 수도 있으니,”

박일천이 곁에 앉은 서장우에게 이른다. 서장우도 긴장한 표정으로 스크린에 비치는 지하 설비들과 각이한 형태의 구조물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 곳은 사업소가 위치한 대성구역지하입니다.”

여자가 설명한다.

모란봉구역으로 돌려주시오,”

서장우가 말했다. “알겠어요.” 여자는 이내 화면을 돌린다.

여기가 모란봉구역입니다.”

천천히 이동시켜 주시요

여자의 조종에 의해 지하도 정경이 천천히 흘러간다. 잠간, 어느 한 곳에 시선이 멎은 서장우가 소리쳤다. 정지된 화면을 직시하는 그의 얼굴에 고통의 빛이 어린다. 입으로는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흘렀다.

저 곳이요?”

. 그렇습니다. 다행이 누가 손대지 않았군요.”

 

장우의 목소리에 힘이 없다. 손대지 않았다면서 왜 저러지? 머리를 기웃하면서도 박일천은 일어나며 흥분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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