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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2-08 10:18
수기: 나의 고발장<1> -남희숙
 글쓴이 : 이지명
조회 : 2,447  

수기

나의 고발장

-권력과 인민-

 

남희숙 전 북한 여군 출신 2009년 입국

 

나는 20099월에 하나원을 졸업하고 대한민국이라는 거창한 사회에 진출한 올해 45세 여성이다. 왠지 차가운 현실이지만 무엇이든 맡기고 헌신하고 싶도록 내 마음속 깊은 곳으로 스스럼없이 안겨드는 이 땅의 모습이다.

석 달이란 날짜를 지내보면서 나는 자유란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느낌과 삶의 권리란 어떻게 인간에게서 향유되고 있는지를 더욱 가슴 뜨겁게 느껴보게 되었다.

짧은 기간에 그토록 고맙게 받아 안게 된 것은 아마도 내가 반생을 살아 온 저 북한 땅에서의 가슴 아픈 체험으로부터 더 생생히 간직되었을지도 몰랐다.

 

나는 18살의 나이에 여군으로 입대하여 11년을 인민군에서 생활했다. 강의한 의지를 요구하는 신입병사 생활을 거쳐 하사관으로 그 다음엔 군관(장교)으로 인민군 여성중대를 책임진 중대장으로까지 승진했었다.

그때 나는 정말 하늘의 별을 딴 것 만치나 행복에 겨웠고 긍지에 넘쳤다. 여성장교로 대위의 계급장을 달고 버젓이 활보할 수 있는 행운은 아무에게나 차례지는 영광이 아니었다.

 

신과 같은 수령의 신임 속에 정말 운이 남다르게 좋은 자만이 차지할 수 있는 화려한 승진이었다. 사실 나는 그때 어떻게 날이 밝고 언제 달이 뜨는지조차 모르고 환희에 넘친 밝은 기분으로 군 복무의 나날을 알차게 보내고 있었다.

 

그 후 제대명령을 받은 나는 도 노동처의 배치로 황해남도 신원군에 있는 금광 채취 대에 배치 받았다. 맡겨진 직책은 광산 자재과 현장 업무 지도원이었다.

신원광산은 금을 채취하여 그 자금을 직접 당 중앙 39호실 예금계좌에 입금시키는 중앙 급 기업이었다. 이러한 곳에 일반 노동자도 아닌 지휘 급 성원으로 입사하게 된 나의 기쁨은 한량없었다.

 

그것 역시 인민군 장교였던 나의 무시 못 할 경력이 한 몫 하게 된 것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나는 이곳에서 일한지 3년도 못 돼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되었고 세상을 사는 인간이 세상을 모르고 산 댓 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었다.

 

그 날이 아마 온갖 꽃이 만발하는 5월 중순 쯤으로 기억된다.

신원금광 채취대에서는 광석을 캐내어 금을 분리한 후 나오는 분광(형석)을 해마다 수십 톤씩 김책제철연합기업소에 보내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형석을 쇠 물을 끓이는 첨가제로 사용하는데 우리가 보내주지 않으면 생산이 멎는 위기를 맞게 된다. 보내주는 대신 제철소에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철판과 철관, 용접봉 등을 공급해 주었다.

 

당시 우리광산의 생산 실태도 말이 아니었다. 전국을 휩쓴 경제침체로 말미암아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 중앙당 39호실에서 요구하는 자금액을 충당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던 차에 형석을 보내주면 필요한 자재를 보장해 주겠다는 제철소의 통보를 받고 급히 대책을 운운했다. 비상용으로 잠식시켰던 형석 60톤을 내기로 당위원회에서 결정을 했고 나는 곧 그것을 열차로 운송하고는 제철소로 찾아갔다. 형석이 없어 로를 세웠던 제철소에서는 가뭄에 단비를 맞은 듯 생산에서 활기를 찾았고 즉시 약속했던 자재를 일대일로 우리광산에 실어 보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귀가했고 광산 역시 왕성한 의욕으로 생산에 돌입했다.

 

그러나 일이 터졌다. 그것은 무서운 사건의 발현으로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받아 온 철판 60톤이 일을 친 것이다. 내가 떠나온 후 이내 당 중앙위원회위원이며 당적 분공으로 제철소 담당이었던 정무원 부총리 공진태가 제철소에 내려 왔다고 한다. 정상으로 돌아가는 생산현장을 보며 기뻐하던 그가 전쟁예비물자 보관 장소에서 자리가 빈 것을 알아보고 그 사연을 제철소 수장인 지배인에게 물었다. 지배인은 4미리 철판과 12미리 철판 60톤의 출처를 밝히고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이제 형광 60톤이면 300톤의 철판을 생산해 낼 수 있으니 먼저 당겨 쓴 것뿐입니다. 생산이 먼저라는 의미에서,”

당장 불호령이 떨어졌다. 전쟁 물자에 손을 대다니, 그러고도 지배인이냐? 너는 틀림없는 반당 분자다. 이 자를 당장 체포하라, 그렇게 되어 일편단심 당을 따르며 혼신을 다해 강철생산에 이바지 했던 제철소 지배인은 불문곡직 즉석에서 체포되었고 수백 리 바깥에 있던 나도 체포되어 함북 청진시로 끌려 가 재판정에 서게 되었다.

 

자재 해결로 생산이 활기차게 돌아가자 광산에서는 마치 내가 공으로 그 자재를 해결해 온 듯 나를 떠받들어 주었다. 사실상 제대하여 사회에 나와 이 같이 떠받들려 본 적이 없던 차라 나는 진정 일하는 보람을 느꼈고 삶의 희열을 느꼈다.

 

며칠 후 기분 좋게 출근한 내게로 도 안전국에서 전화가 왔다. 알아 볼 것이 있으니 군보안서에 잠간 왔다가라는 것이었다. 평소 별로 보안서 내왕이 없던 차라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그러나 안 갈 수는 없었다. 거기에는 청진에서 왔다는 또 한 사람의 보안원이 나를 반기며 함께 청진 제철소로 가자는 것이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뭐 안 좋은 일은 아니니까 근심 말라며 돌아오실 땐 침대차에 편히 모셔 보낼 테니 그저 가셔셔 몇 가지 확인만 해 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상대가 법을 다루는 사람이라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없고 하여 나는 곧 그 보안원을 따라 나설 수밖에 없었다.

 

마침 제철소 지배인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자그마한 성의도 준비했던 차라 그러마 하고 따라 나섰지만 모든 것이 의문 덩어리였다. 가는 열차 안에서도 그 보안원은 내게 무척 잘 해 주었다.

 

그러나 청진 도 안전국에 도착한 순간 갑자기 그 사람이 행동이 카멜레온처럼 변했다. 손 내밀어? 하며 수갑을 내손에 채워버렸고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즉시 (도착시간은 밤이었다.) 구류장에 처넣는 것이었다. 그때의 내 심정을 무엇이라 말해야 할지,

울컥 치미는 격분으로 안 들어가겠다고 버티자 간수는 내 정강이를 구두신은 발로 사정없이 찼다. 내가 들어간 방에는 6명의 여성들이 있었는데 누구도 말 한마디 없었다

  

영문을 모른 채 하룻밤을 구류장에서 밝히고 나니 새벽5시에 기상하라는 고함소리가 들렸다. 순간사방에서 쿵당 쿵당 소리가 나고 목 터지는 소리로 선생님 1호 감방 정돈 끝났습니다. 하는 똑 같은 소리가 연속 들려왔다. 순간 간수의 목소리가 거칠게 들리더니 한 명씩 일어나 세면 하라고 고함을 질렀다, 이렇게 시작된 일과에 통 옥수수 알을 약간 김이나 오를까 말까하게 삶아서 이발 빠진 사발에 한 줌씩 담아 개구멍만한 구멍에 집어던져 넣어 주는 것이었다.

 

 너무도 기가 막혀 먹지 않고 멍히 바라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정신없이 먹어댔다. 입이 쓰거워 옆에 밀어 놓았더니 옆에 있는 여자아이가 훌떡 먹어버린다. 배고파서 먹었겠지? 생각하며 곁눈질만 하고 아무내색도 하지 않았다. 순간 간수가 오더니 야 너 밥 먹었어? 하고 내게 물었다. 안 먹었다고 그대로 말했더니 밥그릇을 어떻게 했냐고 따지고 들었다 나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간수가 우리감방7명 모두를 일어서게 하고는 순순히 밥 먹은 놈 나오라고 했다. 한참 후에 내 몫을 먹어버린 처녀아이가 한 발 앞에 나섰다. 그러자 간수의 표정이 사납게 변하며 그 여자애에게 쇠살창에 머리를 박으라고 했다. 여자애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서 있자 간수는 온 감방사람들에게 일어섯 앉았을 백번 하라고 호통 쳤다. 정말 우리는 견딜 수 없었다.

 

 집단체벌의 수위가 점점 열기를 띠자 그 여자애는 하는 수없이 쇠 살 창으로 다가가 머리를 받았다. 간수가 오더니 머리통이 터지게 다시 받으라고 강요했다. 아마도 그는 이렇게 남에게 고통을 주며 즐기는 것 같았다. 여러 번을 반복해서 받았으나 피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다시, 다시 하는 구령이 연속 떨어졌다. 격분했는지 그 여자가 달려가는 반 충 그대로 쇠살창에 머리를 박았다. , 하는 소리와 함께 얼굴로는 선지피가 흐르고 그 녀는 쓰러졌다. 드디어 간수의 입에서 너털웃음이 터졌다.

내가 아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본 계기가 있었다면 아마도 그 일을 겪고 난 다음부터였을 것이다. 세상이 어지러움이 폐부로 박혀드는 순간이었다.

 

곁에 다가가서 피를 닦아주며 나는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쓰러졌던 그녀는 결국 병원에 실려 갔다. 다음날 나는 예심실로 불려 나갔다. 2층 방으로 나가자 기다리고 있던 예심원은 이제부터 묻는 말에 솔직히 대답하라는 것이었다.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기에 멍하니 그만 쳐다보고 있는데 종이를 뒤집던 예심원은 국가재산을 횡령하였으니 법적 제재는 받아야지,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죄진 것이 없다고 했다. 이내 문이 열리더니 김책제철연합기업소 지배인이 들어왔다

 

그 사람도 수갑을 차고 있었다. 저는 너무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예심 원을 바라보았다. 예심원은 지배인에게 알아듣게 설명해주라고 했다. 그러자 지배인이 저에게 죄송하다고 하면서 자기도 그 때 하나밖에 생각하지 못한 탓에 이렇게 되였다고 하며 자초지종 설명했다.

설명을 듣고서야 나는 비로소 내가 잡혀 오게 된 이유를 알았다. 기가 막혔다.

뜻하지 않게 닥쳐 온 이 엄청난 사실 앞에서 나는 몸 둘 바를 몰랐다.

 

며칠 후 재판소에 실려 가는 내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결코 가볍지 않은 이 범죄적 사실이 내 살을 떨리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책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말하면 김정일이 믿어 주는 사람이었고 당중앙위원회 준 후보위원이며 함경북도 당위원회 위원이며 김정일에게서 받은 선물승용차도 타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이러한 사람임에도 거리낌 없이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판에 나 같이 명망 없는 인간이 과연 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였다. 재판장에 도착한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판장은 실내도 아닌 청진시 수남 구역의 수남 장마당 앞 넓은 공지였다.

 

말하자면 공개 재판장이다. 대체로 이런 장소에 끌려 나오면 그 즉석에서 형을 집행하는 것이 관례였다. 형은 사형이었다. 내 몸에서는 살이 아니라 뼈가 부서지는 통증이 왔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것으로 지금껏 별로 굴곡이 없이 살아왔던 내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당장 그 자리에 쓰러져 일어설 것 같지 않았다. 현지에는 벌써 당중앙위원회 부총리를 비롯한 도 재판소 직원들과 수많은 군중이 운집해 있었다. 임시로 만들어 놓은 무대 위에 우리를 세워놓고 판사가 이제부터 이자들을 공개처형하는 재판을 시작하겠다고 외쳤다.

 

그 순간 내 귀에는 그 누구의 말도 들려 오지 않았다. 후에 들었지만 공진태가 나서서 저 민족반역자들을 총살해버리라고 큰소리로 외쳤다고 한다.

피고는 할 말이 없는가? 한 사람씩 물어보며 내려오는데 나는 세 번째였다. 앞에 있는 두 명은 죽어도 할 말이 없다고 하였다. 이번에는 내 순서였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떻게 죄 아닌 죄로 생죽음을 당할 수 있는가? 억울하게 총에 맞아 죽으니 마지막 할 말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죽을힘을 다해 소리쳤다.

무슨 말을 했는지 나로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략 이런 말을 외쳤다고 했다.

 

저를 좀 살려주세요. 저는 죽을죄를 졌어요. 정말 이번 일이 이렇게 큰 범죄인 줄은 몰랐어요, 그저 기업소를 살리고 생산을 위해 김책제철연합기업소를 돕고 저희들도 잘해 보자고하는 입장에서 시작한일이라 정말 몰랐어요. 그저 죽을죄를 졌어요. 하지만 은혜로운 당의 품은 어느 누구나 할 것 없이 골고루 비쳐준다고 하였습니다. 저에게도 은혜로운 재생의 빛을 한번만 비쳐 주십시오. 라고 소리치며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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