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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2-08 10:24
수기: 나의 고발장<2> -남희숙
 글쓴이 : 이지명
조회 : 2,552  

정말이지 죽는 줄만 알았다. 나의 외치는 소리와 함께 재판장이 잠시 쉬고 판결을 하겠다고 하였다. 조금 후에 다시 이어진 재판은 우리에게 사형선고를 보류하고 징역 삼년에 처한다는 판결을 했다.

한 숨이 저절로 내 뻗쳤으나 나는 분명 지옥에 갔다 왔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너무도 억울하여 구류장에 들어서자 곧바로 울음을 터트렸다. 한이 쌓인 가슴에서 터진 울음은 때와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높이 울렸다. 그 울음소리를 듣던 간수가 조그마한 철문을 열고 들어와 그만 그치라고 몇 번을 말했다고 한다,

 

 내 귀에 그 소리가 들릴 리 없었다. 그 순간 간수의 무자비한 군화발이 사정없이 내 배로 날아들었다. 순간 내 입에서 단말마적 비명과 함께 검붉은 피가 쏟아졌다. 그리고는 이내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시 병원 외과수술실이었다. 무지한 간수의 발길질에 장이 파열되었다. 대충 마취를 하고 곧 수술에 들어갔다. 살을 저미는 아픔이 뼈 속을 후볐으나 나는 그보다는 앞으로의 나의 행보에 더 겁을 먹고 시달렸다.

 

그 후 지배인이 중앙재판소에 아는 간수를 통해 올린 상소에 의해 형기를 줄인 우리는 증산(평안남도 증산군에 위치)11호 교화소로 갔다. 그곳에는 많은 여성들이 피소 돼 힘겨운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당시 대수술 후과로 몸이 너무도 약해 다섯 달 정도 나는 교화소 내 식당에서 일을 했다. 그 후 농산 반에 나와서 죄수들을 책임진 반장을 했다. 아마도 인민군 중대장 경력이 있어 내게 그런 중임을 맡겼던 것 같다.

 

증산 교화 소에서의 비참한 죄수들이 생활 일면 한 토막만 여기에 적으려 한다.

하루세끼 주먹 밥 한 덩이씩 먹고 해종일 김매기 가을걷이에 이르기까지 허리 펼 새 없이 일하는 것은 죄수로서 어쩔 수 없었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때 없이 떨어지는 잔인한 매질이었다. 가죽 채찍이 옷도 변변히 입지 못한 앙상한 몸에 떨어지면 몇 번째 만에 살점이 찢겨버린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피가 보이면 경비병들이 더 승기가 올라 야수처럼 날 뛴다는 것이다. 정신을 잃을 때까지 얻어맞고 축 늘어져서야 매를 멈춘다.

 

그해 가을 날 옥수수 밭 세벌 김을 매던 때었다. 너무도 배가 고파 여물지도 않은 이삭을 따내어 경비병 몰래 마구 먹었다. 60여명이 모두 그렇게 먹었다. 들키지 않으려고 오사리를 절반 갈라 조금 째고 이삭을 떼어 내어 먹은 다음 속갱이를 오사리 속에 다시 밀어 넣고 끝에 수염을 끼워 놓는다. 얼핏 보면 이삭이 그대로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비밀은 오래가지 못했다. 저녁 시간에 경비병은 이 사실을 알자 모두 들어가서 빈 옥수수 대를 모두 잘라 내오라고 명령했다.

베어 내 온 옥수수 대는 큰 무지를 이루었다. 그 옥수수 대가 모두 부러져 더 칠 수 없게 될 때까지 경비병들은 우리 모두를 세워놓고 때렸다. 모두가 그 긴 매질 속에서 소리 없는 울음을 울었다. 아파서 우는 것이 아니었다. 찢겨져 나간 살점보다 가슴속에 응어리진 상처가 쓰려서 눈물이 아닌 피를 흘렸다.

 

나는 지금도 한 밤중이면 달콤하게 자던 잠자리에서 이따금 소스라치듯 놀라 깨나군 한다, 정말이지 나는 분명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닌 지옥에서 살다가 온 것만은 틀림이 없다.

대한민국의 이 땅에서 나는 부딪치는 모든 것이 경이로움에 늘 감사하곤 한다.

 

사람은 아마도 예속 속에서는 기를 펴고 살 수 없는 존재인 것 같다. 권력을 가지면 순간에 군중의 머리위에 군림해 온갖 파렴치한 짓거리를 아무 꺼림 없이 자행하는 북한 땅의 풍조야말로 인간사 말세의 표본장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소속되어 있는 기업의 번성을 위해 애면글면 애쓴 것이 어느 높은 간부의 비위에 거슬렸다는 이유로 결국 범죄자가 되고 피를 흘리는 처벌을 받아야만 하는 그런 세상, 내가 억울하게 감옥 생활을 한 이유도 그렇다. 억만금을 생산하는 가치를 창조했다 해도 수령의 방침에 조금이라도 저촉되면 용서 없는 처벌을 받아야만 하는 체제, 뭐라 변명할 수 없는 이 권력주의 정권이 바로 저 북쪽에 버젓이 군림해 있다.

 

 공장이 멈춰도 농토가 황폐화 되어도 위에서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역적으로 점찍어 용서 없는 처벌을 강행하는 저 북한 땅의 권력자들이야말로 수천만 인민의 희생을 딛고 서식하는 반역의 무리이다.

5천년 민족의 역사에 짐승도 낯을 붉힐 부끄러운 행적을 남기는 북한 정치군벌주의자들이 군림하고 있는 한 오늘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없다.

군벌과 독재의 만연장 북한, 그 존재는 민족의 수치다. 그것이 내가 세상에 대고 외치고 싶은 체험의 고발장이다.

 

-우리의 아버진 김정일, 우리의 집은 당의 품

그 속에서 우리가 먹고사는 것은 풀뿌리와 나무껍질

아버지가 아, 하고 소리치면 우리도 아, 세차게 소리치고 배고프지 않아, 하고 말하면 스스로 허리띠를 한 단 더 졸라매야 하는 사람들, 왜 그래야만 했던지 참으로 부끄러운 오늘이다.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남쪽의 하늘아래에서 나는 다시 한 번 군벌과 독재에 대해 생각해 보며 몸서리를 친다. 인간이 인간에 의해 구속되는 아픔이 국가정책으로 실행되는 그 땅에서의 나의 존재는 영원히 자취를 감출 것이다.

2천만 북한국민이 모두 나처럼 해방의 자유를 맞는 그날을 간절히 기원하며 나는 이 땅에서 열심히 내 운명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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