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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2-31 18:18
실화: 노력영웅의 소원(1) 이주성 작<펜문학4호>
 글쓴이 : 이지명
조회 : 2,480  

실화

노력영웅의 소원

                             이주성                                   

  

하늘은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자신이 사는 이 회령 땅과 저 하늘이 무슨 악연이라도 있는가 싶다. 벌써 두 달째 비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다. 바싹 메마른 대지는 기염을 토해내며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주의를 알아볼 수 없게 먼지를 말아 올린다. 이글거리는 뙤약볕을 쏟아내는 태양이 야속하기만 했다

 

이봐, 무엇이 그리 노여운 일이 있소. 이젠 그만 하시고 비를 좀 주소. 이러다는 다 말라죽겠소.”

중얼거리며 한 노인이 어정어정 사람들 속을 헤맨다. 흙먼지를 뒤집어 쓴 뿌연 머리는 털 뭉치를 올려놓은 듯 했다. 구리 빛 허름한 정장 옷차림의 남자가 인공기(북한국기) 띠가 달린 금빛메달을 손에 들고 있다. 장마당(시장)으로 들어가는 길 양 옆에 음식을 팔고 있는 아낙네들과 집짐승들을 팔고 있는 남자들로 북적거린다. 그 남자의 등에는 어린애 둘은 쉽게 들어갈 커다란 배낭이 매달려 있었다.

 

 먹거리며 잡화들을 팔고 있는 장사꾼들에게 손 안에 든 물건을 보이며 회령시 장마당(시장)을 헤매는지가 2시간이 넘었다. 얼마 후, 기운이 없는 모양이다. 장사꾼들이 앉은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풀썩 주저앉아 배낭을 뒤적거린다. 그리고는 배낭을 땅에 깔고 그 위에 나무함을 놓고는 뚜껑을 열어 제친다.

 

무엇인가 꺼내서는 옷자락으로 열심히 닦아 다시 놓는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 그의 주변에 모여와 나무함에 들어있는 물건을 잠시 들여다보고는 가버린다.

"아저씨 팔려구요?"

가끔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신기한 모양이다. 그 주변에는 애들이며 특히 남자들이모여서 그 물건을 만져보기를 반복한다.

"."

"얼마에 팔아요?"

"값은 모릅니다. 빵 몇 개만 주시면 드리겠습니다."

 

물음과 대답이 오갈 뿐 거래는 성사 되지 않아 보인다. 그 남성은 이젠 지나가던 구경꾼들의 물음에 일일이 대답하기 힘들었는지 입을 다물고 있는다. 대체 무슨 물건이기에 많은 구경꾼들이 호기심에 들여다보고는 가버리는 걸까?

피골이 상접한 70세가 훨씬 넘어 보이는 남자가 10평도 되나마나한 작은 방 안에서 장롱 문을 열더니 안쪽에서 무엇인가 뒤적거린다. 힘이 없는 모양이다. 조금 움직이다가는 멈추기를 반복한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입은 반쯤 열려있다. 그의 나이는 60세를 갓 넘긴 사람이다.

 

 그는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1급 기업소 유선탄광에서 이름을 날리던 신재만 노력영웅이다. 그는 유선탄광 성남갱 굴진 중대장으로 10여 년 간 죽기 살기로 일을 해 왔다. 데리고 일하던 아래 직원들만 100명 가까이 되었다. 굴진중대는 석탄을 캐기 위해 먼저 지하 땅속에 굴을 뚫어 탄맥을 찾는 일을 하고 있었다. 북한 정권은 탄광 운영을 군대식으로 만들어 놓았다. 갱장, 기사장, 중대장, 소대장으로 등급을 나누었다.

 

밤색 옷 칠을 작은 한 나무함을 꺼내 방바닥에 내려놓고는 텅 빈 장농문을 닫는다. 나무함은 가로세로 붉은 천 포장 띠로 묶여 있다. 그는 띠를 풀어 헤친다. 길게 한숨을 몰아쉬고는 손을 천천히 움직인다. 나무함 뚜껑을 열어 놓으니 그 속에는 금박으로 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장이 찍혀 있는 빨간 비로도 천의 주먹크기의 네모 박스 3개가 들어있다. 조심히 박스를 하나씩 방바닥에 꺼내놓는다.

 

나무함 안에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노력영웅 훈장 증서' 금박 글씨로 박힌 검은 밤색의 마분지로 되어 있는 두터운 훈장증서가 보인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간신이 훈장증서를 꺼내들고 뚜껑을 펼쳤다. 훈장증서에는 다음과 같은 검은 색 글씨가 씌어있었다.

 

'조선 로동당 중앙위원회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교시를 높이 받들고 나라의 석탄 생산을 위해 헌신의 노력을 다 함으로서 나라의 석탄 생산에 크게 이바지 한 유선 탄광 성남갱 굴진중대 중대장 심재만 동지에게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노력 영웅 칭호를 수여한다.

 

조선 로동당 총비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주석 김일성 1992415'

 

북한 정권이 노력영웅 칭호를 수여한 심재만은 북한 정권의 최고 통치자였던 김일성을 미친 듯이 숭배하고 충성했던 핵심 노동당원이며 일꾼이었다. 그는 북조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까지 한 북한 정권에서 말하는 조선로동당 핵심 정수 분자였다.

 

수천길 지하막장에서 수십년간 북한 정권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한 대가로 얻은 것은 노력영웅 훈장과 국기훈장13개를 비롯해서 공로 메달만도 수십 개나 되었다. 그러던 그가 수개월째 낟알 구경을 하지 못해 죽음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선택을 하고 있었다. 노력영웅훈장 증서와 훈장들을 손에 쥐고 들여다보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그에게 살붙이라곤 이미 이 세상에 한명 남아 있지 않았다.

 

 아내는 며칠 전에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 큰 아들 심영철(1965년생) 작은 아들 심영재(1970년생)막내 아들 1977년생) 1996년 초에 식량난을 견디지 못하고 몇 달 동안에 모두 땅에 묻혔다. 딸 심영옥(1967)1996년도 여름 집을 나간 다음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심재만의 아내는 자식들이 하늘나라에 떠난 지 몇 달 동안 낟알 한 알 없이 지냈다. 풀만 먹다보니 풀독이 올라 온몸이 부어 며칠을 앓더니 끝내 남편을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하직했다. 아내마저 없는 심재만을 보다 못해 동네 사람들이 가져다 주는 두부비지와 술을 뽑고 남은 찌꺼기를 조금씩 먹으며 목숨을 부지 했었다.

 

그것도 며칠간이다. 어디서 도움 받을 데가 없어진 심재만은 산에 올라가 풀뿌리며 나무껍질을 벗겨 먹다 움직일 기력이 없어지자 산마저 가지 못하고 집에 들어 누어버렸다. 김일성은 북한 주민들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식량 배급제를 실시했다. 공장출근이나 일을 하면 식량을 공급해 주고 조금이라도 말을 듣지 않으면 식량배급을 중지해 버렸다.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무자비 하게 식량배급제로 통제했다.

 

짐승 사육 관리방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주민통제 방식이었다. 야만과 비상식의 극치였다. 일하는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배급을 등급으로 나뉘어 공급했다. 탄광, 광산 노동자는 출근했을 때만 1일 잡곡 : 입쌀 / 3 : 7 비율로 900g 공급한다.

 

일반 사회 기업소 노동자는 잡곡 : 입쌀 / 5 : 5 / 비율로 700g을 주었다. 가장에게 달린 어른 식구는 600g, 학생은 연령에 따라 500g, 400g, 300g씩 잡곡 : 입쌀 / 7 : 3 공급했다. 이것도 가장이 출근을 하지 않으면 가족 모두 식량공급을 잘라버린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가장에게 목숨이 달린 북한 주민들은 굶어죽지 않기 위해 열심히 출근을 해야 만하는 꼬리 없는 짐승이 되어 살아야만 했다.

 

김일성이 심장마비로 급사하자 아들 김정일이 정권을 넘겨받았다. 김정일은 때를 만났다는 듯이 진탕 치 듯 먹고 마시며 광란의 파티로 세월을 보냈다. 그는 북한 전역에서 뽑혀 올라온 예술단, 영화배우 빤빤한 여성들을 불러다 낮에는 노래와 춤으로 밤에는 섹스로 세월을 보냈다.

 

 독재 권력자의 입으로 인육을 빼고는 지구촌 산해진미 요리들이 매끼마다 바뀌어 들어가고 있었다. 상데리아 번쩍이고 쟈즈 음악이 고막을 울리는 파티장에서는 유럽과 남미에서 비행기로 날라 온 수 백 병의 최고급 술병들이 먹다 남은 채로 나 뒹굴고 있었다.

  실 한 오리 걸치지 않은 나체의 애젊은 여인들이 엉덩이를 흔들며 김정일의 주의를 돌아간다. 술에 절고 섹스에 녹초가 된 김정일에게는 백성이며 나라가 뭔지 조차 기억에서 가물가물 사라졌다.

 

하루아침에 식량배급이 끊어지자 주민들은 아우성을 치며 죽 가마 끓어 번지 듯 했다. 동물이든 인간이든 1주일을 굶으면 생명을 다하게 된다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상식이다. 3년째 식량공급이 중단 된 상태다. 1990년대 중반기 까지 북한 정권에서 개인이 재산 축적이나 금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절대로 허용 안 되었다.

 

일반인 노동자가 돈을 1천원이상 가지고 있으면 감시대상이 되었고 반당, 반혁명분자로 썩어빠진 황색 자본주의 사상에 물 젖은 타락분자로 낙인찍혔다. 물론 감시대상이 되어 조사를 받고 감옥에 끌려가야만 했다. 돈도 재산도 한 푼 없이 위대한 수령님과 은혜로운 당의 영도를 하늘 같이 믿고 닭 먹이처럼 뿌려주는 식량배급에 목매어 살던 사람들은 산에 오르고 바다로 들어갔다. 풀이며 나무껍질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 나무가 가죽만 벗겨져 흉하게 알몸으로 말라죽었다. 바다가 미역이며 조개의 씨가 말랐다.

 

 그처럼 위대하고 하늘 같이 믿고 따르던 친애하는 어버이 김정일은 백성들이 굶어 죽어나가도 눈썹 하나 까딱 없이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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