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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2-31 18:25
실화: 노력영웅의 소원(2)이주성 작
 글쓴이 : 이지명
조회 : 2,603  

노력영웅 심재만도 다를 바 없었다. 그는 굶주림을 참다못해 혹시나 돈이 될 만한 물건이 없나 집안을 뒤적거리다 훈장들과 먹거리가 될 만한 것을 바꾸어 보려고 생각했다. 자식들과 아내가 굶어죽었을 때도 팔려고 생각지 않던 영웅훈장을 죽음이 목전에 다다르자 먹을 것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수여해 주신 영웅 메달과 훈장들인데 쌀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아무리 못 받아도 강냉이(옥수수) 50kg는 받을 수 있겠지? 조금씩 죽을 쑤어 먹으면 죽지는 않을 거야.”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살아 정치를 할 때만해도 노력영웅훈장을 받은 사람들은 국가에서 특별 우대정책으로 인기가 대단 했다. 정말 그들은 북한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의 존경의 대명사였고 삶의 거울이었다. 그러니 노력 영웅이었으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었던 심재만이 옥수수 50kg 생각을 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노력영웅훈장을 심 씨 집안의 대대손손 가보로 물려주려고 생각했던 심재만의 꿈은 자식들이 굶어죽다 보니 대가 끊겨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대대손손은 고사하고 심재만 자신의 목숨도 오늘만, 내일만 하는 판이다.

 

심재만은 주섬주섬 옷을 입고 배낭을 찾아 들었다. 집에 부엌에 넣을 석탄을 나르던 석탄 배낭에 훈장이 든 함을 넣고 집을 나섰다. '멀리 가지 않고라도 마을에서 훈장들을 옥수수와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우선 그는 자신이 중대장으로 있으면서 데리고 일하던 직장 사람들 몇 집을 다녀 보았다.

 

여보게, 먹을 것 있으면 노력영웅 메달과 바꾸지 않겠나.”

한 집, 두 집 문을 두드려 노력영웅 훈장과 국기훈장들을 낟알과 바꿀 수 없는가 물어 보았으나 한 사람 같이 머리를 가로 저었다. 그가 살던 마을에서 더는 훈장들을 팔 수 없음을 확인한 심재만은 동네 근처에서 빵을 만들어 팔고 있던 집에 찾아 갔다.

 

아주머니, 좀 살려 주시우. 너무 배가 고파 그러니 빵 몇 개만 먼저 줘요. 내 노력영웅 메달과 훈장들을 팔면 빵 값을 치러 주겠어요.”

 

심재만은 사정 이야기를 했다. 비칠거리며 당장 쓰러질 것 만 같은 심재만을 가엽게 생각한 빵집 아주머니는 노력영웅 훈장을 팔면 받기로 하고 외상으로 옥수수 가루 떡을 넣어 주었다. 빵집 아주머니도 영웅메달과 훈장들을 대단 한 것이라고 생각 했던 것 같다.

 

 콩 고물을 넣어 만든 어른 손바닥만 한 옥수수 가루 떡 2개를 게 눈 감추듯 얼른 먹어 치운 심재만은 십 수개를 천 보자기에 꽁꽁 쌌다. '영웅 훈장들을 회령시 장마당에 가지고 가면 비싼 값에 팔 수 있을 거야.' 심재만은 20km거리에 있는 회령 장마당으로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회령시 장마당은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무 꼬챙이를 짚고 겨우 걸음을 몇 발자국 옮기다가는 주저앉아 쉬기를 반복한다.

어른 걸음으로 4시간이면 넉넉히 가닿을 회령시 장마당까지 가는데 옹근 하루, 반이 걸려 집을 떠난지 다음 날 오후에야 도착했다. 회령시 장마당에서 며칠 동안 노력영웅 훈장과 국기훈장1급 훈장을 팔아 보려고 했지만 이제는 거들어 보는 사람조차 없다.

 

한 끼에 1개씩 먹고 있던 후불로 가진 옥수수 빵 마저 다 떨어졌다. 밀가루 빵을 팔고 있는 아낙네에게 훈장들이 들어있는 나무함을 들이밀며 빵 한 개와 바꿀 수 없는 가고 애원해 보았으나 시끄럽다는 욕설뿐이다. 옥수수 50kg과 바꾸어 보겠다던 영웅메달과 훈장이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가 주석 김일성 동지께서 하사한 공화국 공민의 최고 훈장인 노력영웅 메달과 훈장이 옥수수 빵 한 개와도 바꿀 수 없는 동 조각에 불과한 것임을 심재만은 그 때에야 알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회령시장 입구에서 멀지 않은 길거리에 심재만 노력영웅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 누워 있었다. 하늘을 향해 눈도 감지 못하고 숨을 거두는 순간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 것인가.

 

시장 앞에서 널부러져 있는 심재만의 시체는 오고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북한 노력영웅은 죽어서도 천대를 면치 못했다. 그날 밤, 누군가 몇 십미터 거리에 있는 강 옆 자갈밭에 그를 실어다 던져 버렸다. 한 여름 더위에 부패되어 썩어가는 사체로 며칠 간 방치된 그의 시신은 개들에 의해 심하게 훼손 되고 있었다. 팔이며 다리뼈들은 굶주린 개들의 입에 물리어 동서남북으로 나뉘어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나는 아침 일찍 자전거를 페달을 밟아 회령시 남문동 집에서 20km떨어진 부모님들이 계시는 탄광 마을로 떠났다. 한 달 가까이 부모님들을 찾아뵙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년 세 많으신 분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오늘은 시간을 내어 찾아 가보기로 마음먹고 나섰다. 회령에서 성남갱 탄광 마을까지 1시간 넘게 걸려 하모니카 사택이 빼곡히 들어선 마을 입구에 들어섰다.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라 동창들이며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성아! 오랜만이다. 집에 올라가니?"

, 정말 오랫만에 본다.”

 

낮 익은 사람들을 만나면 허리를 굽히고 악수를 하느라 바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 부터는 자전거를 끌고 산 중턱을 깎아 지운 부모님이 계시는 집까지 올라가야 했다. (하모니카 사택 : 하모니카 모양으로 좁게 촘촘히 줄을 맞추어 지운 10평짜리 땅 집) 해발고가 700m 정도 였으니 어지간히 높은 지대다.

 

"! 정운이구나. 너 정말 오래 만이다. 잘 있었어?"

부모님 집에서 멀지 않은 골목길로 접어들다 애를 안고 그의 집 쪽에서 나오는 중학교 동창생인 박정운를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주성아! 너 지금 어디서 살고 있니?"

", 회령에 나가 있어."

", 강원도 원산쪽에 나갔다는 말을 들은지 퍼구나 오랬는데 원산에서 못살겠던... 다시 집으로 들어 왔다는게 사실이야?"

객지에서 살아보니 부모님 계시는 집만 한 곳 없더라.”

 

그리고 보니 학교를 졸업해 탄광에서 3년간 일하다 집을 떠나 강원도 문천으로 주거지를 옮겼으니 박정운을 본지가 11년 만이었다. 식량난으로 강원도 원산에서도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하자 나는 부모님이 계시는 곳으로 다시 들어와 1년간 살았었다. 그 후 회령시로 거주지를 옮겨 살면서 한 번도 박정운을 만나보질 못 했었다.

 

"만송이랑, 전영남이 다 잘 있니? 정말 심영철이 너의 집 뒤에서 살았지? 갠 어떻게 하고 있니?"

심영철은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입대 했었다. 신병훈련을 마치고 군 생활을 하던 중 병을 만나 도중에 제대 된 것으로 나는 알고 있었다.

 

"만송이랑 잘 있어, 전영남이 두만강 탐사대에 나가 있은 지가 퍼구나 오래 됐다. 심영철인 죽었어?"

"뭐야! 심영철이 죽었다니. 무슨 말이야?"

"걔네 집, 안전히 몰살됐다."

박정운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몰살 되다니? 무슨 사고 있었나?"

"사고면 좋기나 하게. 온 집안이 굶어 죽었어."

"세상에~ 아니, 심영철이 아버지 노력영웅이구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까지 한 사람인데 굶어 죽는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야?"

 

나는 박정은에게서 심영철의 집안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으며 그의 아버지 심재만이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알 수 있었다. 심재만 영웅의 딸 심영옥이 그 후 한국으로 갔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녀가 한국 어디엔가 살아있다면 부모님들과 가족 생사여부를 알고 있을까. 나도 한국에 온지 10년이 되어온다. 심재만 영웅의 딸, 심영옥을 만나면 부모님들과 오빠 심영철, 남동생들이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소식을 전해주고 싶다.

 

 시원시원한 성격의 다부진 체구에 항상 웃는 모습으로 아들의 친구들을 맞아주던 심재만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20161210일 이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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