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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9-08 20:00
실화 '송이'
 글쓴이 : 이주성
조회 : 616  

 

 

 

저주를 아느냐. 한 맺힌 눈물의 버섯이여

너를 찾아 떠난 내 님은 어이하여

눈 부리 쏟으며 아슬한 봉우리 오르내리고

손마디 닳도록 안타까이 산자락을 허비는 것이냐 .

뿌리마다 묻어있는 칠칠의 아픈 사연은

한 맺힌 잿빛 안개 되어 이 땅을 감돌고 있는구나 .

 

 

 

 

   

  와작와작...

  낙엽을 밟는 소리가 무겁게 드리운 밤공기를 몰아내고 있었다. 두 줄기의 가느다란 백색 불빛이 어둠을 가르며 번뜩인다. 숲속의 쌀쌀한 날씨에도 몸은 땀으로 흐적지근 했다. 산길을 걷기 시작한지 5시간이 되어간다. 바윗돌이 촘촘히 박힌 비탈길은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굴러 떨어질 것만 같았다.

좀 쉬었다 갈까.”

어딘가 애원이 가득 담긴 목소리다.

날이 밝기 전에 들어가야 되잖습니까.”

죽을 지경이야.”

한 시간만 더 가면 들어가겠는데...”

나른한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흐들흐들 떨리는 지금 상태로는 더 갈 것 같지 못했다.

그럼 잠깐 앉았다 가요.”

길가에 불룩한 배낭을 조심스레 벗어놓는 민수 입에서는 후- 긴 한숨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체온 열기마저 느낄 만큼 옆에 가까이 앉은 여성은 20세 중반을 갓 넘긴 처녀 김정화였다.

다리 주물러 달랍니까?”

그렇게 해준다면야 좋지

그것 보십시오. 그렇게 힘든 걸 왜 합니까.”

참지 못 하겠는걸 어떻게 해.”

남자들은 참 어리석은 것 같습니다.”

그건 무슨 소리야.”

한 번도 아니고... 자기 죽는 줄 모르고 맥을 다 빼고는 힘들다는 소릴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나만 좋은 거 아니잖아.”

너무 힘들어 하니까 해보는 소립니다.”

남자들은 다 그런 거야

민수는 좀 전에 있었던 육체의 거친 운동 탓인가 보다. 땅에 잦아드는 것 같아 발자국도 움직이기 싫었다. 야릇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그녀는 민수보다 5세 아래였다. 가지런히 놓인 배낭에는 잔디에 싸인 송이버섯이 가득 담긴 싸리바구니가 들어 있었다. 날이 밝기 전에 회령시내로 들어가야 만 한다. 날이 밝으면 시내 큰길은 물론 골목까지 돌아치는 송이꾼들을 단속하는 순찰대원들에게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송이를 제값을 받는가 못 받는가는 신속성에 달렸다. 약속된 장소에 모아진 송이는 다시 포장되어 야밤삼경 두만강에서 중국 장사꾼들에게 넘겨졌다.

  평양 지도부는 송이철만 되면 [합동검열단]을 조직해 국경지역에 파견했다. [합동검열단]은 조선로동당 일꾼, 군인, 검찰, 경찰들로 꾸려진 임시 사법기관이다. 민간인들이 송이를 마음대로 팔고 사지 못하게 감시, 단속은 물론 무상몰수를 목적으로 꾸려졌다. 이 사람들의 권한은 실로 무소불위했다. 임의 장소, 시간에 행인들과 자택, 도로 위 자동차를 수색했다. 송이와 돈을 빼앗는 것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주민들속에 조직해 놓은 끄나플 감시망이 작동되곤 한다. 끄나플들을 통해 박민수가 송이장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합동검열단]에서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있는 줄 알 수 없었다.

  송이장사로 짭짤하게 재미를 보고 있는 때이다. 보름 전, 함경남도 홍원군에 있는 군부대 군관이 열차 화물로 가지고 오는 송이를 넘겨받으려고 회령역으로 나갔었다. 열차 견인기에 실고 들어온 송이를 넘겨받고 있는 순간이었다. 민수는 잠복해 있던 보안원(경찰)들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 되었다. 250킬로가 넘는 송이는 물론 지불하려고 가지고 나갔던 뭉치 돈다발을 한 푼도 남김없이 빼앗겼다.

  끝이 아니었다. 집 앞에 승합차를 세운 그들은 광기를 부리기 시작했다. 창고 수색을 끝낸 [합동검열단]성원들은 신발을 벗지도 않고 집안으로 올라간다. 장롱이며 걸려있던 옷 호주머니까지 샅샅이 뒤지고 있는 것을 눈을 뻔히 뜨고 지켜봐야만 했다. 시퍼런 대 낮그것도 길거리 한 복판에서 강도에게 물건을 빼앗기고 몸수색을 당한 기분이다. ‘개새끼들, 처먹다가 목구멍에 걸려 콱 뒈져라.’ 쇠고랑을 차고 회령시 검찰소로 끌려가는 민수는 속으로 저주를 퍼부었다. 다행히 금전 관계로 잘 알고 있던 박동민 검사의 도움으로 구류장신세를 면했다. 억이 막혔다. 하루 밤사이 알거지가 되고나니 분노가 치밀어 이를 갈았다. 하늘에 대고 주먹질을 하고 있었다. 어디에 대고 하소연조차 할 수 없는 처지가 한스럽기만 했다. 검찰소에서 풀려 나온지 3일 만에 한 여성이 집을 찾아왔다.

계십니까?”

누구세요?”

  그 여성은 송이를 사지 않는 가며 낮은 목소리로 물어본다.

송이 가지고 왔어요?”

저의 집에 있는데 사면 가지고 오겠습니다.”

근데 나를 어떻게 알고 왔어요.”

잘 아는 언니 남편이 아저씨 이름, 집을 대주면서 가보라고 해 왔습니다.”

  여자의 말을 들어보니 그 사람은 민수가 잘 아는 형님이었다.

저요. 아저씨가 아니고 총각이에요.”

미안합니다.”

  “뭘요.”

  한 푼의 돈도 남아있지 않았던 민수에게는 꿈같은 일이다.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우선 송이를 손에 넣고 봐야 한다.’

사겠으니 가지고 오세요.”

가격은 얼맙니까?”

송이 품질을 봐야 알죠. 수량이 얼마나 있어요?”

“8킬로정도 됩니다..”

지금 송이 시세를 잘 알잖아요. 나는 집적 중국 사람들과 장사를 해요.”

  그녀에게 항간에서 팔고 사는 가격보다 더 준다고 말했다.

  “30분 후에 송이를 가지고 다시 오겠습니다..”

  귀가 솔깃해진 정화는 급히 돌아서 간다. 그녀는 약속 된 시간에 송이를 가지고 나타났다.

새벽에 저의 송이 300길로를 가지고 중국에 넘어간 사람들이 아직 오지 않아 돈이 지금 없어요. 어떻게 할래요.”

거짓말이 슬슬 거침없이 나온다.

난 당장 돈을 지불하는 줄로 알고 왔는데...”

  당황해 하는 정화를 안심시켜야 만 했다. 제발로 굴러온 돈 덩어리를 돌려보내고 싶진 않았다. 이 여자가 가지고 온 송이에 민수의 목숨이 달린거나 마찬가지다. 한 푼도 없는 민수에게 생사를 가르는 일이었다.

저기요. 집에 조금만 들어가 계세요. 돈을 가지고 올게요.”

  송이주인을 집에 앉혀 놓은 민수는 불이 나게 자전거를 밟았다. 밀수를 함께 하고 있던 친구에게 손이야. 발이야. 빌었다. 너무 지긋게 달라붙자 친구는 송이 10킬로량의 돈을 꾸어주었다. 집에 돌아온 민수는 송이를 보기 시작했다. 품질이 모두 1등 송이다. 저울에 달아보니 8킬로가 조금 못 되었다.

 

다음 호에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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