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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8-05 14:32
삶은 어디에(19)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3,657  
NK-PEN | 2014-06-29 17:50:13
.

라디오 극장

삶은 어디에 (19)

 

해설

한태규

강기수

김행우

최문기

송영숙

 

마윤 (잠수부)

길재 (잠수부)

여1 (승객 악착)

여2 (승객 악착)

여3 (승객 악착)

남1 (승객 악착)

남2 (승객..

남3 (승객..

남4 (역무원 방송; 2009. 1. 19 (월)

녹음; 2009. 1. 14 (수)

원작; 리 지 명

극본; 박 길 숙

연출; 임 종 성

 

라디오 극장

삶은 어디에 (19회)

 

M 시그널

타이틀 라디오 극장 <삶은 어디에>

원작 리지명/ 극본 박길숙/ 연출 임종성/열아홉 번 째

M up & down

 

 

E (해변..파도 소리)

 

기수 이제 한소장 마음대로 하시오..

 

태규 좋아. 그렇다면 그 말을 내가 참작하지. 그래 얼마면 되겠나?

 

기수 정말..날 용서하고 돈을 줄 생각이요?

 

태규 응..

 

기수 못해도 50장은 받아야겠소. 딸라로..

 

태규 그렇게 많이?

 

기수 나도 살아야잖소. 이 일이 끝나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이

 

되오. 그러니 한 사람 구제하는 셈치고 형님이 좀 크게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소.

 

 

 

해설 한태규는 아무 말 없이 강기수처럼 하늘을 쳐다보며 잠시 생각

 

했다.

 

 

 

태규 (에코) 어리석은 놈...이 세계의 규율을 모두 무시해버린 한심한

 

놈...지금껏 아편 거래에서 긁어모은 돈만 해도 그 만큼은 족히

 

될텐데.. 돈에 대한 그 욕심에는 끝이 없군..더러운 자식...

 

 

 

해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달려들어 요절내고 싶었지만 한태규는 한

 

눈 지그시 감고 자기를 억제했다.

 

M 브릿지

 

 

 

E (방안..해변 골목의 소음..오프에서)

 

행우 (가쁜 숨을 쉬면서 행우는 팔을 휘적거리는)

 

영숙 왜 이래요... 여보.

 

문기 (부축) 정아 아버지

 

행우 비켜.. (손 뿌리치며 기는 호흡)

 

 

 

해설 문기는 급히 그를 부축하려 들었지만 행우는 기를 쓰고 뿌리치

 

며 곧추 누워지는 애들에게로 기어갔다. 가지런히 누운 애들에게

 

이르자 행우는 잠시 두 팔로 방바닥을 버티고 앉아 하염없이 그 애들이 자는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온 몸의 수분이 다 모여 흐르는 듯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행우 으흐흑, 난 정말 죄가 많은 놈이지. 문기. 자넨 날 용서했지만

 

정아를 보는 내 눈엔 왜 눈물만 흐르는가. 응? 가슴은 왜 이리

 

답답하고. 어이 태어났던고... 살아온 생을 저주하며 떠나갈 운명

 

이라면 이 세상에 태어나긴 왜....(숨 훅 들이키는)

 

 

 

해설 행우는 말을 채 맺지 못하고 흑- 숨을 들이킨다. 허공을 향한

 

그의 두 눈이 뒤집혀지고 잇달아 정아 얼굴을 감싸 쥐었던 두

 

손을 맥없이 늘어뜨렸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몸이 무너지듯 옆으

 

로 쓰러졌다.

 

문기 (행우 안으며) 정아 아버지..

 

해설 문기는 급히 그를 안아 자기 무릎에 반드시 눕혀 놓았다.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이다.

 

M 브릿지

 

 

 

E (해변..파도소리)

 

태규 좋아. 자네 요구대로 하지. 내일 밤 거사하게.

 

기수 내일 밤이요?

 

태규 그래! 나도 준비해 가지고 들어가겠어! 일이 끝나는 즉시 주겠

 

네. 그러나 이번에도 딴맘 먹었다간 그땐 정말 용서하지 않겠어.

 

알겠나?

 

기수 고맙습니다. 그리해 주신다면 못할 이유가 없지요. 걱정 마십시오.

 

태규 명심하라구. 춘희의 존재는 나뿐이 아닌 자네에게도 위험한 것이

 

라는 걸. 그녀가 없어야만 이번 일은 우리 계획대로 마무리 짓는

 

거야.

 

기수 알고 있소. 정말 이번만큼은 믿어 주시오

 

태규 그럼 가봐! 내일 열차에서 보자구!

 

기수 네..(걸어가면)

 

태규 (발로차면서) 빨리 사라?!

 

기수 네..(OL/뛰는)

 

태규 개 자식! 내일..널 죽여주리라!

 

 

 

해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강기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태규는

 

으드득 이를 갈았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강기수를 두고 한

 

태규는 내일 열차에서 깨끗이 죽여주리라고 결심했다. 그러지

 

않아도 그의 손으로 김춘희를 제거하면 곧장 그도 없앨 계획이

 

었다.

 

 

 

태규 최문기의 실체가 드러난 이상, 강기수가 살아 움직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지..춘희를 없애든 안 없애든 이제는 할 수

 

없는 일이야.. 시간을 끌면 지금껏 공들여 준비했던 일들이 모

 

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어..목숨을 내건 도박판에서 실패는 무자비한 죽음으로 연결되지..

 

E (파도 소리 up & down)

 

 

 

해설 한태규는 밀려드는 밤 파도를 직시하며 다시 한 번 어금니를

 

으드득 소리가 나게 깨물었다.

 

M 브릿지

 

 

 

E (방안..해변가 골목 소음..깊은 밤)

 

문기 (행우 안고) 정아 아버지...

 

행우 여...여..보..(숨 몰아쉬더니 절명)

 

영숙 (절규) 여보...정아 아버지..

 

문기 불쌍한 사람..

 

 

 

해설 행우는 두 눈을 부릅뜬 채 몇 번 입을 우물거리더니 그대로 절

 

명했다. 문기는 가슴이 쓰렸다. 그의 마지막 말처럼 제 가족에게

 

조차 말 못할 한을 품고 가버린 그의 생이 너무도 허무했다.

 

 

 

문기 부디..저 세상에 가서는 편안하시오...

 

 

 

해설 문기는 부디 저 세상에 가서라도 이승의 한 속에 묻혀버린 자기

 

의 영혼을 부둥켜안고 괴로워하지 말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김행우의 부릅뜬 두 눈을 내리 쓸어 감겨 주었다.

 

 

 

영숙 (절규) 정아 아버지...

 

정아.영아 (울음) 아버지...

 

영숙 여보...

 

 

 

해설 자정이 지난 깊은 밤, 그들이 터뜨린 울음소리는 깊은 의미를 가

 

지고 도시의 정적을 깨뜨리고 있었다.

 

M 브릿지

 

 

 

E (기차 역.. 플렛홈 사람들 바글바글)

 

E (기적 소리 내며 들어오는 기차..혼잡한 기차역)

 

 

 

해설 다음날, 낮 열두시 십분. 평양발 혜산 행 제9열차는 긴 기적 소

 

리를 내지르며 역 홈에 들어섰다. 맨 앞 화물칸과 침대 그 다음

 

상급 차 바곤을 제외한 나머지 열 개의 유리 한 장 제대로 없는

 

차, 바곤마다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E (사람들 아수라장.. 앞에 서려고 기를 쓰는)

 

여1 이거는 기차가 아니라 콩나물 시루네..

 

남1 (여1 밀어내는 호흡) 앞에서 가로막지 말고 비켜!

 

여1 (남1 악착같이 밀어내며) 당신이 비켜욧!

 

E (기차 서서히 들어오는)

 

 

 

해설 차 바곤엔 한 치의 공간도 없이 사람들로 꽈악 채워졌다. 승강대

 

계단까지. 심지어 차체 밑 바퀴 돌아가는 앞에 나무로 궤짝처럼 만들어 매달아 놓은 그 안에까지 새우등처럼 꼬부리고 들어가 처박혀 있는 사람까지 있다.

 

 

 

남2 (서성이며) 아이고..저 사람 바퀴 앞에 턱 하니 자리도 잘 잡았네

 

저렇게라도 차를 탈 수 있으면..

 

E (기차 멈춰서자..사람들 와 하니 달려 올라가는)

 

 

 

해설 열차가 멎자 와, 하고 사람 물결은 맹렬한 기세로 바곤마다 달

 

라붙었다. 그들이 목표 삼고 매달리는 것은 열차 창문이다. 승강

 

대로 오른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다.

 

 

 

여2 (짐 주면서) 이 자루 좀 받아줘요

 

남3 (안에서) 뭐라도 줘야 받아주지

 

여2 (담배갑 던지며) 담배 받아욧

 

남3 에이..그것 갖고는 어림도 없지!

 

여3 (담배 던지며) 내 담배 받고 내 물건 좀 받아줘요

 

E (여기저기서 아우성..여자들 창문 안으로 들어가는 호흡들)

 

 

 

해설 창문 앞에 서서 안에 타고 있는 사람에게 물건 좀 받아 달라고

 

사정을 거듭하면서 아낙들이 던져 넣은 담배들이 우박처럼 창문

 

안으로 날아갔다. 이제는 익숙한 창문 넘기여서 안의 사람이 손

 

만 잡아 웬만한 힘만 빌려주면 아낙들은 배낭을 진 채로 휭휭

 

날아 들어간다. 들어가기만 하면 어떻게든 제 몸 세울 곳은 생긴다. 108명 정원의 열차 바곤(객차)이지만 그 10배 20배까지도 사람이 탈 수는 있는 것이다.

 

 

 

E (열차 안..사람들 와글와글)

 

남4 (역무원..사람들 막대로 치며) 거기 변소에 앉는 작자! 더 당겨서 앉아! 포개서 앉으라고!

 

남3 (당겨 앉는 호흡으로) 예..

 

 

 

해설 변소, 화구실, 세면장은 물론 의자 등받이 위에까지 사람이 걸터앉고 심지어 짐 올려놓는 선반에도 체통 작은 사람과 아이들이 두 눈을 디룩거리며 올라앉아 있다. 역에서의 열차 정차시간은 10분이었지만 오르지 못한 사람들의 성화로 보통 30분 이상 지체를 한 후에야 겨우 출발을 했다.

 

M 브릿지

 

 

 

E (기차 달리는데 기차 지붕 위에 사람들 빼곡히)

 

마윤 어제 하루 9열차 운행이 중지되더니 사람의 머리 수가 평일보

 

다 두배는 더 되는 것 같네..

 

문기 마윤은 이 열차를 자주 타나?

 

마윤 가끔씩..문기 형님은요?

 

문기 혜산 쪽에 친척이 없으니 갈 일 이 없지..9호 열차는 처음 타네(두리번) 안 탔나..

 

길재 누굴 찾으시오?

 

문기 아..아냐.. (에코/속마음) 한미숙이라는 여자가 이 차를 타기로 했는데..혜산 역에서는 만나겠지..(두리번)

 

영숙 (사람들 너머에서) 아저씨

 

마윤 아니?

 

문기 아주머니가 웬일이요?

 

해설 여인은 송영숙이다.

 

길재 행우 형님 숨 끊어졌단 소릴 들었는데 묻기나 하고 온 거요?

 

문기 어째 이 차를 탔소?

 

영숙 (자리 바꿔 앉으며..사람들 두털) 좀 비켜봐요..이걸 시에 가서

 

팔지 못하면 우리 식구 모두 굻어 죽어요

 

길재 그게 뭔데요?

 

 

 

해설 길재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으나 송영숙은 곧장 대답을 못

 

하고 쭈뼛거렸다. 배가 뚱뚱해지도록 무엇인가 허리에 두르고

 

서 있는 영숙을 보고 문기는 고개를 갸웃했으나 마윤과 길재는

 

벌써 알 만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비좁은 자리를 내주었다.

 

 

 

마윤 금방 남편을 묻고 기운을 차리지도 못했을텐데...

 

오죽했으면 이렇게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애들만 집에 남겨놓고

 

뛰쳐나왔을까.

 

 

 

해설 그러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무정한 세월이다.

 

문기나 길재 마윤이 왜 여인의 그 마음을 모르겠는가..

 

빗물이 흘러내릴 수 있게 만든 둥그런 지붕 위였지만

 

그런대로 앉아 갈 만했다. 지붕 위도 빈틈없이 사람들로 빼곡이

 

들어찼다. 손에 잡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고 보면 안전 같은

 

것은 하늘이나 운수에 맡길 수밖에 없다.

 

 

 

문기 (걱정) 열차가 흔들리고.. 커브 길을 돌아 갈 때 미끌어 떨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까. (올려다보며) 이건 또 뭐야..? 저 시커

 

먼 것은 고압선?

 

 

 

해설 새끼손가락 굵기 비슷한 전선은 아랫부분만 누렇게 제 빛 같이

 

보일 뿐 온통 시커멓다. 지붕면과 줄 사이 거리는 사람이 앉은키와 거의 비슷하다.

 

 

 

마윤 형님 뭘 그렇게 유심히 보시오?

 

문기 으응..머리 위에

 

길재 전선이요..거기에 이만 볼트의 전류가 흐른다오.

 

문기 이만 볼트?

 

길재 일어설 때 자칫 잘못하거나 전선 존재를 잠깐이라도 잊는 경우

 

엔 ..저 선에 머리가 닿아 그 자리에서 까맣게 타버리지

 

문기 그런 일이 종종 있나?

 

마윤 부지기수요..

 

E (기차 기적 소리 내며..심하게 흔들리는 기차)

 

해설 문기는 저도 모르게 긴장되어 자리를 고쳐 앉는다.

 

그 순간 열차 견인기 쪽을 무심코 내다보던 문기의 눈이 한 곳

 

에서 멈춰섰다. 그 여자를 본 것이다.

 

문기 (자신도 모르게) 한미숙이다!

 

마윤 한미숙이 누군데요?

 

문기 저기..세번째 칸에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여자

 

길재 야..이쁜데..

 

마윤 저 칸은 상급자만 타는 칸인데..

 

 

 

해설 문기가 한미숙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그 순간, 한미숙의 머

 

리 위로 한 사내의 얼굴이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졌다. 짧은 순간, 사내는 한미숙에게 뭐라고 말을 건내는듯 했다.

 

 

 

문기 깡마른 얼굴의 저 남자..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해설 문기는 세 번째 상급자가 탄 칸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한미숙의 얼굴이 사라지고, 그 깡마른 얼굴의 사내가 고개를 내

 

밀었다.

 

 

 

문기 날선 매부리코.. 우묵 들어간 작은 눈, 얄팍한 입술의 사나이,

 

아, 한태규다! 분명 한태규다. 한미숙이라는 여자가 어찌하여

 

한태규와 함께 있는 것인가...

 

예상했던대로 한미숙은 좋은 여자가 아냐..

 

아내를 만나면 알 게 되겠지..

 

E (기차..기적 소리 )

 

 

 

해설 마치 그의 생각을 알아주기라도 한 듯 기차는 긴 기적 소리를

 

내며 덜커덕 거리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M 브릿지

 

 

 

E (기차 위..바람 소리..)

 

문기 이거 온갖 꽃이 피어나는 5월에.. 바람이 너무 차네.. (온몸 움츠

 

리며)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애..

 

마윤 형님, 비닐막 안 가져 왔소?

 

 

 

 

 

문기 미처 생각 못했어

 

마윤 그럼 이걸 같이 써요..

 

문기 아, 괜찮아. 바다 기슭만 지나가면 일 없겠지

 

길재 형님. 차 굴 들어갈 때 특별히 조심하우

 

문기 왜?

 

길재 그땐 이놈의 전기줄이 더 낮아진단 말이요.

 

차굴이 다가오면 무조건 엎드려요

 

문기 알았어...

 

마윤 (넘겨주며) 자..비닐막 써요..

 

문기 그럼..(받아서)

 

해설 문기는 안 받으려다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송영숙을 보고 비

 

닐막을 들고 가 그녀에게 씌여 주었다.

 

문기 이것 써요.. 바람이 장난이 아닌데..

 

영숙 고맙습니다.

 

해설 아직 슬픔이 가득 어린 여인의 파리한 얼굴엔 미안한 기색이

 

어린다.

 

문기 이렇게 다녀보긴 처음이지요?

 

영숙 네.

 

문기 그런데.. 뭘 가지구 갑니까?

 

 

 

해설 송영숙은 시무룩히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문기는 어색해 하는

 

여인에게 더 묻기가 멋쩍기도 해 묻는 것을 그만두고 탄식 비슷한 소리를 뱉었다.

 

문기 모진 세월입니다. 아주머닐 보니 내가 지금껏 너무 편안히 살았

 

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른지, 한계는 모르겠지만 아주머니처럼 강한 분이라면 넘지 못할 것도 없겠죠...

 

해설 문기는 송영숙의 비닐막에 쌓인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그녀의 눈가에서 굵은 눈물이 방울져 떨어지고 있었다. 금방

 

남편을 묻고 도대체 누구를 위해 이 구차한 여로에 나섰을까...

 

M 엔딩
 태그:이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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