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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8-05 14:33
삶은 어디에(21)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4,970  
NK-PEN | 2014-06-29 17:51:41
.
라디오 극장

삶은 어디에 (21) -

 

등장인물

 

해설

장신미

한태규

강기수

최문기

리영식

송영숙

마윤

주열 (리영식 아들)

용녀 (20회에서 여1/역무원)

여1 (역무원)

마윤

길재

남1 방송; 2009. 1. 21 (수)

녹음; 2009. 1. 16 (금)

원작; 리 지 명

극본; 박 길 숙

연출; 임 종 성

 

 

 

라디오 극장

삶은 어디에 (21회)

 

M 시그널

타이틀 라디오 극장 <삶은 어디에>

원작 리지명/ 극본 박길숙/ 연출 임종성/스물한번 번 째

M up & down

 

E (바닷가..파도 소리)

영식 (초조) 그 자들이 9호 열차를 분명히 탔겠지?

남1 제가 확인했습니다.

영식 어떻게? 사람들이 이고 지고 벌떼처럼 기차로 달려들었을텐데..?

남1 사람을 풀어서 한태규, 강기수, 장신미..이 세사람을

영식 (말 막으며) 됐어! 가봐!

남1 (OL)네! (오프로 가는)

영식 1호를 모두를 제거한 후에는 무검에 부탁을 해서 잠시 쉬어야

지..주열이도 경무국 근무가 힘들거야 .. 국장이라는 자가 독사같

아서..사람 잡는 것으로 악명이 높으니 견뎌내기가 힘들거야..

(연민) 신미는 살려두고 싶었는데..위험한 곳에서 발버둥치기에는

아까운 사람이야...

E (파도 소리 up & down)

M 브릿지

 

E (달리는 기차 안..침대칸 정도의 효과)

용녀 (20회에서 여1 역무원) 리주열 왜 안 오지?

여1 리주열 상사가 여길 왜 와? 그리고 침대칸에서 기다리는 이유가

뭐야?

용녀 몰라도 돼..

여1 우리 사이에 비밀이 어딨어?

용녀 뭐..비밀도 아니지..상급칸에 큰 장삿꾼이 탔더라고

여1 여자? 남자?

용녀 여자, 얼굴도 이쁘고, 말수도 없고..그런데 정은 많았어

여1 그런데?

용녀 다른 때는 날 보면 감자도 주고..옥수수도 주고..어느 때는 장사

가 잘 됐는지 돈도 슬쩍 쥐어주고 그랬거든..

여1 그런데?

용녀 오늘은 날 본체만체 하는거야..뭘 가슴에 잔뜩 옹크려쥐고

여1 그래서?

용녀 리주열 상사보고 가서 붙잡아 놓고 시간을 끌고 있다가, 기차가

백암역에 도착하면 무작정 끌고 나와서 역 대합실에 붙어 있는 단속실로 끌고 나오라고 했지.

여1 상부에 넘기려고?

용녀 아우..멍청하기는, 상부에 넘기면 난 뭘 먹고? 단속실에 붙잡아두면 내가 슬그머니 나타나서

여1 (OL/ 박수 치며) 와..과연 용녀네..그러면 그 장삿꾼이 고마워서

용녀한테 먹을 것을 내주고

용녀 큰 장사꾼을 구해주는 척 하고..우리의 거사는 한바탕 웃음으로

끝나는 거지 뭐..(웃음)

여1 그럼 먹을 것을 얻어먹고 있을 수도 있겠네..얼른 상급칸으로 가

보자.. (용녀..호응하며 둘이 일어나 오프로 빠지는 호흡)

해설 허구 많은 세월 열차에서 살다시피 하는 용녀나 리주열이 신미

같은 큰 인물을 알아서, 친해서 나쁠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었

다. 이것이 용녀의 기발한 착상이었고 그 즉시 집행에 들어갔으

나 결과는 너무나도 비참하게 끝났다.

M 브릿지

 

E (달리는 기차 다른 칸..사람들 소리 약간 웅성)

용녀 (발 동동) 사람 죽었어요.

여1 리주열이. 경무원 상사 동지가 죽었어요.

E (사람들 ‘사람이 또 죽었대네..’ ‘죽어 나가는 사람이 한 둘이야..’

용녀 누가 좀 봐줘요..사람이 죽었어요..

 

해설 그러나 그 소리에 동조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직원들은

모두 열차 칸 단속에 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열차 안전원 경

무원들 그리고 여객 전무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다 백암역에

열차가 들어서야만 되돌아올 수 있는 것이었다. 해당 일꾼들이 아닌 객실의 손님으로서는 알아도 모른 척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부지기수로 죽어 나가는 이 시대의 비극 속에서 단련된 사람들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용녀.여1 (울음) 어떻게 해..주열이가 죽었어..흑흑

해설 이주열을 장신미에게 보낸 용녀와 여객원은 서로 마주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뿐이었다.

M 브릿지

 

해설 열차가 긴 기적 소리를 울리며 백암역 구내에 들어섰다

E (기차.. 긴 기적 소리 내며 역으로 들어서는..인파들 오프에서)

E (승강대 잡고 선 호흡의 태규와 신미)

태규 자 지금 빨리 뛰어내려..(뛰어내리는 호흡)

신미 네..(뛰어내려 인파를 뚫고 가는 호흡)

E (사람들 기차를 타고 내리려고 아우성)

 

해설 백암역에서 내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때는 5월, 고지대 사람

들이 겨우내 묻어두었던 감자를 생선 꿰미와 바꾸어 가려고

백암으로 몰려든 것이다. 한태규는 밀리는 사람들의 물결 속을

빠져 으슥한 건물 구석쪽으로 신미를 데리고 왔다.

태규 이쪽으로 몸을 숨겨

신미 (숨 몰아쉬며..온으로 바짝) 휴..

태규 도대체 어떻게 된 게야?

M 브릿지

E (오프에서 역의 사람들 소리)

기수 (on으로 오며) 한소장과 장신미가 왜 저렇게 불안한 얼굴이지..?

방금 기차에서 내릴 때 한소장이 나를 봤을까..

 

해설 한태규와 신미의 손을 잡아 끌고 기차에서 내릴 때, 기차 지붕 위

에 있던 강기수는 이들을 포착했다.

 

기수 한소장..역시 대단한 작자야.. 내가 기차 안에서 자리를 몇 번이나

옮겼는데도 집요하게 날 ?아오는 것을 보면...그렇지만 내가 자기

를 겨누고 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을테지...흐흐

 

해설 한태규의 눈길은 마치 주파수라도 맞추어 놓은 것처럼 어김없이

쫓아오곤 했다. 열차가 떠나기 전 얼핏 눈이 마주쳤을 때 강기수

는 그것을 진하게 느꼈다. 거리가 있어 그 눈빛까지는 자세히 알아 볼 수 없었지만 한태규 역시 집요하게 자기를 살피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기수 아까..한태규의 눈빛에서 난 분명하게 느꼈어..

한소장이 역시 나를 죽이려고 해..그런데 저기 숨어서 무슨 음모

를 꾸미는 걸까..?

M 브릿지

 

E (골목 소음..오프에서 기차 소리 나고)

태규 아까 기차 안에서 잘 못 들었는데 리주열이 뭐라 하든가?

신미 (떨리는 가슴..진정을 못하고)

태규 군부 시대인 지금의 상황에서 못하는 짓이 없는 군인들이지..

주어진 특권을 그 어떤 기강을 위해 행사하기보다는 자기의 위

세를 과시하는데 더 급급한 군인들...고분고분하지 않다거나 기분

잡치게 노는 따위들을 절대로 용서 안한다는 식인데, 리주열도

그러던가..?

신미 네...

M (신미..사고 상기)

 

E (기차 안..)

주열 난 네가 어떤 여자라는 걸 다 알고 있어. 몸수색 하기 전에 순순

히 내놓지 그래. 그러는 게 네게도 좋을 게야.

신미 뭘 내놓으라는 건지요..?

주열 시치밀 떼는군. 외화단위에서 일한다면서 빈손으로 국경도시로

간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그리구 내 듣기로는 외화벌이라

는 게 다 합법적인 밀수단체지. 안 그래. 도적놈들만 득실거리는

곳이다, 이 말이지 (하면서 신미 손에 있는 가방 나꿔채는)

주열 그리고 이게 정말 상표처럼 뱀술인가?

신미 그럼 뭐겠어요.?

주열 이건 누구한테 고일(바칠) 건가?

신미 고이려고 갖고 있는 것 아닙니다..

주열 그럼 내가 한 모금 마셔볼까. 진짜 술이 맞는지..그보다도 난 당

신의 몸을 좀 뒤져보고 싶은데. 여자니까 제절로 모두 꺼내 놓으라구..

해설 신미는 속이 섬뜩해졌다. 지금 윗몸 안 주머니에는 리영식이 준

돈 만원이 들어 있었다. 자기 몫은 동생 신철에게 주고 왔지만 강

기수에게 줄 것은 그대로 가지고 온 것이다.

신미 (에코) 이 돈을 보면 이자가 또 무슨 생트집을 잡을지 ..

액수가 한두푼도 아니고..독을 품고 덤벼드는 이 자가 몸 뒤짐도

하지 않고 그냥 넘겨 버릴 것 같지는 않으니..순순히 내 놓자

(기침하면서/봉지 꺼내는) 여기요

주열 신문지에 싼 이것이 뭐지?

신미 돈이에요

주열 돈? 얼만데?

신미 정확히 만원이예요

주열 만원?해설 리주열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급히 겉에 싼 종이를 풀어냈다.

100원 짜리 지폐들로 묶여진 돈뭉치가 드러났다.

주열 허, 대단한 분이시군. 왜 이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다니는가?

신미 시에 가면 외화벌이 단위 지부가 있어요. 거기에 가져다 줄 돈

이에요.

주열 흥. 거짓말에 이골이 든 여자로군. 너 아무래도 안되겠어. 맛 좀

봐야 해.. 단속사무실로 데려가기 전에 술 맛을 한번 볼까..? (마시는)

M 브릿지

 

E (역전..골목 소음..)

태규 술을 마시자마자 그렇게 됐다구? 왜지?

신미 저도 모르겠어요. 뱀술 한 모금 마시고 1, 2분 좌우에 그렇게 됐

어요..(겁에 질려 떠는 듯한)

태규 1, 2분? 흥. 1, 2초겠지. 분명 리영식이 준 것이지?

신미 네. 이번 마지막 밀매를 하는데 수고했다면서 돈과 함께 준 것이

었어요.

 

해설 신미는 아래위 이빨을 딱딱 소리가 나도록 마주치며 부들부들

떨며 대답했다. 그러나 한태규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예견하기라도 한 사람처럼 태연한 기색이다.

 

태규 뭐라고 말하면서 주던가?

신미 강기수 오빠에게 가져다 주라면서.요..

시에 도착하면 저녁상에 올려 자기가 주는 상이라고 말하라고

했어요.

태규 흠······그래..그렇군...

 

해설 웬일인지 그 순간 한태규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어렸다가 곧 사

라졌다. 신미는 당장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은 심한 마음의 충격

에서부터 어떻게 자신을 건질지 몰라 안절부절한다.

E (기차 출발을 하려는 양..기적 소리 길게)

태규 기차가 출발할 모양이야..어서 타자고! (신미와 함께 뛰는)

M 브릿지

 

E (기차 달리고..지붕 위의 사람들)

E (오프에서 천둥 소리..)

 

해설 벌써 어둠이 밀려오고, 날씨가 사나와졌다. 우르릉, 멀지 않은 곳

에서 우레소리가 났다. 검은 구름장들이 떼지어 몰켜들더니 순식간에 맑은 하늘을 덮어 버렸다.

 

영숙 (아픈) 비가 오겠네..정아 아버지를 허술하게 묻었는데...

마윤 검은 구름장들 저렇게 밀려가고 밀려오는 것을 보니..큰 비가 오겠는데요..

길재 동풍이 살살 불어오는 것으로 보아 한바탕 된 소나기를 퍼부을

것 같다~~

마윤 이 놈의 기차 왜 갑자기 이렇게 속도가 느려..

길재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잖어..여기에 비까지 쏟아지면 곧바로 서

버릴텐데...

사람들 (뒤집어 쓰고 있던 비닐막 걷는 소리들과 함께) ‘아 이거 걸어

가는게 낫겠는걸..’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에잇..내려야되겠다’ 등등의 소음

영숙 (허리 감싸면서) 아우..

마윤 정아 어머니..많이 아파요?

영숙 배가 고파서요..

 

해설 허기진 배에서는 연속 꼬르륵 소리가 울려 나왔지만 먹을 만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지닌 것이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견뎌야 했다. 자기가 중도에서 쓰러지면 결국 온 가족이 멸살한다. 또다시 마지막 숨을 모으던 남편의 불쌍한 모습이 선히 떠올랐다.

행우 (숨가쁘게/에코) 여보..날..날 두 아이의 아버지로 살게해줘서 고

마워요.. 죄 많은 나를 한평생 잘 따라와줘서 고마워요..미안해요..이 험한 세상에 정아..영아를 맡겨놓고...여보.. 미안하오..

 

해설 한평생 그 하나만을 믿고 모든 것을 의지하고 살아가려 했건만 끝내 남편은 이 엄혹한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도중하차했다. 그 언제 건 송영숙은 남편 없는 자기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김행우는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일일천추 그의 안녕을 바라며 모든 것을 다 바쳐 공양했건만 눈을 뜬 채 자기 앞에서 절명했다.

 

영숙 (정신 혼미) 여보.. 정아..영아는 어떻게 하라고..김행우 당신 혼

자 그렇게 가면..난 어떻게 하라고.. 아직 당신 가면 안 되요..안되요 (쓰러지는)

마윤 아주머니..영아 어머니..참나.. 새벽에 남편을 묻고 이렇게 나왔

으니..기함할만도 하지.. 길재야

길재 (OFF/얼른 오느라 감자 한알 놓치며) 아주머니가 또 기함을 했

어? (하다가) 어어..내 감자

남1 (OFF/얼른 주워먹는..입이 미어지는) 고맙수..감자를 던져줘서

길재 에이..아주머니..정신 좀 차려봐요

마윤 (길재 머리 탁 치며) 에이..몹쓸 인간아

길재 아, 왜?

마윤 감자를 바지 가랑이 속에 감춰놓고 있다니..사타구니에 차고 있

으니 좋든? 정아 어머니를 줬으면 좀 좋아? 다 죽게 생겼잖어?

하. 이런, 세상에. 하루 한 집안에 주검이 둘 이라..

길재 하나는 새벽, 하나는 저녁. 잘한다 잘해. 이걸 어떡하우 형님

문기 (오며) 가만 내 좀 보세 (만져보며) 거 누구 물 가져가는 사람

없소?

길재 문기 아저씨가 왠 일이요? (마윤도 호응)

문기 시에 가서 은순이 어머니를 만나야 해서..(영숙 보며) 누구 물

가진 사람 없소?

길재 아직 죽지는 않았소?

마윤 아, 덤벙대기란. 죽었으면 물 찾겠냐? 그놈 호들갑 때문에 간

다 떨어질 뻔했네.

길재 네 놈 간 떨어지는 게 대수냐. 아이구야 죽지 않았다니 됐다..

여2 (오며) 여기 물 있수다

 

해설 저쪽에서 중년 여인 하나가 비닐병을 들고 왔다. 문기는 그 물

병을 받아 여인의 입을 벌리고 조심조심 물을 부어 넣었다. 그

솜씨가 몹시 세련돼 보였다. 조금 후 몇 모금 물을 받아 마신

송영숙의 움푹 꺼진 눈이 반쯤 떠졌다.

 

문기 어이구, 이런 몸으로 지붕까지 오르다니, 어쩌자구 이런 탈진

상태의 몸을 가지고 어서 이 허리에 찬 것부터 끌르게...

마윤 예...(허리 띠 푸는)

문기 이런...옆구리가 벌겋게 피로 얼룩져 있네..

길재 동 모서리에 찔려 피가 흐르는 것도 모르고 그냥 차고 있었나

보네..

마윤 고지식하기는 참 내,

문기 지붕위에 올라 앉았으면 풀어놓을 것이지. 이렇게 답답해 가지

고서야 어찌 이세월을 넘어 가나······

M 브릿지

E (기차 안.. 승강대 쪽 위험한 소음)

신미 (불안..)

태규 떨지 말라구 이미 엎지른 물이니까. 그리고 신미가 죽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모두를 죽여 없애려 했겠지. 결국 제 아들부터

먼저 죽였군. 비극이지.

신미 예? 아들이라뇨. 누가 말인가요?

M 엔딩
 태그:이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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