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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8-05 14:35
삶은 어디에(25)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4,437  
NK-PEN | 2014-06-29 17:53:23
.
라디오 극장

삶은 어디에 (25)

 

- 원작 : 리지명

 

등장인물

 

해설

한태규

최문기

허지우 (태규 끄나풀)

 

남1 (군인)

남2 (군인)

남3 (군인)

남4 (역무원)

남5 (대위)

남6 (안전원 군관)

남7 (철길 감시원)

남8 (의사)

소위

여1 (간호사) 방송; 2009. 1. 25 (일)

녹음; 2009. 1. 19 (월)

원작; 리 지 명

극본; 박 길 숙

연출; 임 종 성

 

 

라디오 극장

삶은 어디에 (25회)

 

M 시그널

타이틀 라디오 극장 <삶은 어디에>

원작 리지명/ 극본 박길숙/ 연출 임종성/스물더섯 번 째

M up & down

 

E (기차 기적 소리 내며 OFF로)

해설 송영숙의 시신을 수습하겠다며 열차에서 뛰어내린 최문기는

대합실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열차가 떠나기 전 아수라장이었던

곳답지 않게 고즈넉한 정적까지 흐른다.

문기 (대합실 문 가만히 열며) 쥐새끼 한 마리 없군..

남자들 (OL/OFF) ‘시체를 지켜보고 있어야 하나‘ ’위에서 치울 때까지는

보고 있으라는데 어떻게 해‘ 등등 군시렁

문기 (문 더 열며) 정아 어머니 시신이 여기 있나보네

남1 (오며) 이 새끼. 넌 뭐야?

남2 이 새끼 이거. 멍청이 아닌가? 여길 어디라고 쳐 들어와?

남3 (발로 걷어차며) 묻는 소리 안 들려?

문기 (OL) 아야..내 정강이.. 도데체 왜 이러는거요?

남1 (손가락 우드득 소리내며 ON) 야. 이 새끼 봐라.

여기가 어디라고 대꾸질이야? 이거 정신이 헷가닥 간 놈 아냐?

 

해설 영문도 모르고 창졸간에 정강이를 가격당한 문기가 다리를 문지

르며 서 있자 군관 하나가 사관이 어깨에 메고 있던 자동 보총

을 벗겨 벽에 세워 놓더니 손가락을 눌러 으드득 소리를 내면서

사납게 접근해 왔다.

문기 (픽 하는 웃음소리)

해설 어지간한 사람 같으면 겁을 먹고 뒤돌아 도망이라도 치련만 문

기는 속으로 웃음부터 나갔다. 스물 두 셋쯤 됐을까! 새파란 녀석이다.

남1 어쭈? 지금 너 웃었어? 나 비웃었어? 이 자식이 뭘 잘못 먹고

헷가닥 맛이 갔나본데..(문기 퍽 치는데 헛방)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들어줘?

문기 (날렵하게 피하는 호흡, 남1 팔 와락 꺽는)

남1 (엎어지며) 아얏..아야야

문기 그러니까..함부로 주먹 날리지 마! (확 밀치면 남1고꾸라지는)

소위 (OL/ON으로) 야, 너 뭐야?

문기 (에코) 헛 ..이제 소위 연장을 단 군관이 나서네..

소위 (코 앞) 너 뭔데 겁대가리도 없이 주먹을 써?

문기 몰라서 묻소?

소위 (권총 뽑는 호흡으로) 너 죽고 싶어?

남자들 (소위 동무 권총 뽑았네..‘송장 또 하나 생기는 거 아냐’ 등등

해설 문기가 맞대답을 하자 소위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뽑아

들었다. 송영숙의 시체로 싸늘하기만 역 대합실에 살벌한 분위기

가 감돌았다.

M 브릿지

 

E (철길 옆 자갈밭..5월의 밤.. 소리)

태규 (절규) 으흐흐..내가 부여잡고 같이 떨어진 놈이 강기수가 아니라

니..이 가죽잠바를 입은 남자는 그러면 누구란 말이야..으흐흐

아..내가 이렇게 엄청난 실수를 하다니...으흐흐

 

해설 한태규의 머리가 아래로 꺽이면서 침통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

다. 그러나 그 아무리 외치고 발광하고 울음을 터뜨려도 칠흑같

은 어둠과 침침한 정적만이 감돌 뿐 아무도 그것을 받아주는 것은 없었다. 가죽 잠바의 억울한 주검만이 묵묵히 그를 지켜볼 뿐이었다. 개똥 불 한 마리가 잉 날아오더니 가죽 잠바의 감지 못한 눈동자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태규 아.. 죽은자의 저 퍼런 린광...아..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것

이야..으흐흐...이 개자식아 내가 널 움켜쥐었을 때, 한마디 반항

이라도 하지 이 개자식아..이 개 돼지 보다 멍청한 놈아..

해설 한태규는 얼핏 눈물을 거두고 개똥불이 앉은 그 눈동자를 쏘아

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마치 가죽잠바의 품에 안기듯 그 위에

쓰러져 버렸다.

M 브릿지

 

E (역 대합실 남자들 웅성거림..오프에서)

소위 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들어왔어?

문기 어디긴 어디요. 대합실이지

소위 저것이 안 보여. 여긴 군인의 신성한 시신이 있는 곳이야.

당장 나가. 안 나가겠어?

E (총 공중에 발사..전구 한 알 와르르 깨지는)

E (OL) 역무원들 우르르 들어오는 소리

해설 소위는 공중에 대고 총을 발사했다. 천장에 매단 전구 알 중 한

개가 명중되었는지 와르르 하고 유리 가루가 떨어져 내린다.

총 소리에 놀란 역무원들이 밀려들었다.

남4 (문기 끌고 나가며) 이 짜식이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와서 분

란이야..

남5 당신은 누구야? 어쩌자고 군인들과 맞서면서 그래?

남4 저 사람들 지금 당장 아무나 쏴 죽이고 싶도록 신경이 예민해진

것 모루?

문기 왜 그렇소?

남4 열차에서 경무원 한 사람이 죽었소. 좀 알고 덤벼요

문기 그렇다고 총을 쏘다니 말이나 되오?

남4 총에 맞은들 어디 가서... 아 참나.. 이 군부 시대에, 자 빨리 피

하오. 멍청하게 있지 말고..

남5 이봐..날 따라와!

해설 대위 계급장을 단 안전군관이 문기를 오라고 손짓했다.

아니꼬왔지만 문기는 그 군관에게 걸어갔다.

남5 단속실로 따라와!

M 브릿지

 

E (도 안전국 사무실..)

지우 아..최문기를 체포했단 소식이 왜 안 들어 와?

해설 도 안전국 수사과장 허지우는 지금 역전 분주소 단속실에 앉아

이제나 저제나 취문기 체포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태규 (에코) 최문기가 9열차를 탔어.. 내 두눈으로 틀림없이 확인했다

니까.. 최문기를 죽이지 않으면 마약밀매단원 1호가 모두 들통나게 돼..그렇게 될 시, 자네가 어떻게 될지 말 안해도 알겠지? 그러니 시 역에 내리기 전에 즉각 체포하라구! 역에 내리면 보는 눈이 많으니까,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명심하게!

지우 분명히 9오 열차를 탔다는데 왜 아무 소식이 없는거야.. 이봐

남6 네..(하면서 ON으로)

지우 운흥과 백암 사이에서 경무원 하나가 죽어 널부러졌다는 거 사

실이야?

남6 네!

지우 한태규 한테서 연락이 와도 진작 왔을 텐데..혹시..

남6 혹시 뭡니까?

지우 한 소장도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까?

남6 아직 그런 보고는 없습니다.

지우 가봐!

남6 네! (오프로)

지우 한태규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해도..크게 손해 볼 것이 없는데..

친구라서..그런가..이 세계에서 친구가 어디 있어..

 

해설 도 안전국 수사과장 허지우는 좌불안석이었다. 20년이 넘는 수

사원 생활에서 사건을 앞두고 이같이 스며드는 불안감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우 최문기...최문기.. 9호 열차를 안전국 끄나플이 샅샅이 뒤졌는데

도 없다면 도대체 최문기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M 브릿지

 

E (깊은 밤..역 부근의 소리..오프에서)

남5 (의자 끌어당겨 앉으며) 증명서 내 놔!

문기 (종이 주는) 여?습니다..

남5 시로 가지 않고 왜 여기서 내렸소?

문기 지붕 위에서 고압선에 감전 되어 죽은 시신을 내주십시오

남5 그러니까 자살 행위를 한 그 년을 내달라 그거요?

문기 네. 한 고장 사람이고 군대 복무도 함께 한 전우의 처입니다.

남편도 사망하고 집엔 아이들 밖에 없으니 저라도 나서서 묻어

줘야지요.

남5 그러니까 전우의 우정이다, 그거요?

문기 그렇습니다.

남5 (버럭) 이것 봐. 지금 제 정신이야. 나 이것 참 살다보니 별일

다 보겠구만.

문기 왜 그러십니까. 죽은 사람 어차피 묻어 줘야 할 것 아닙니까?

남5 당신은 마치 딴 세상에서 온 것 같구만!

의리는 좋으나 그건 안 될 말이야.

문기 아무리 고난의 행군시대라고 하지만 안 되다니요?

남5 반역자와도 같은 그런 사람의 시체를 우린 내줄 수 없어!

그리 알고 돌아가!

문기 아니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반역자라니?

그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남5 뭐가 너무해. 어떤 이유든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는 건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야. 군복무까지 한 당신이

설마 그걸 모를 리는 없을텐데..

문기 그걸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난 그저 묻어주...

남5 흥, 묻어줘? 속 편한 소릴. 그랬으면 우리도 편안하겠네. 이보

라구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는데 내 말 잘 들어 두라구. 자살은 결국 이 사회에 대한 반항이 아닌가? 우리의 목숨은 자기 개인의 목숨이 아니야! 당이 부르면 어느 때든지 달려 나가 한 목숨 바쳐 그 부름에 충성을 바쳐야하는거야..

문기 그래도 묻어는 줘야 하지 않겠소?

남5 이 자식이 끝까지? 그 반역자는 귀중한 우리의 전우까지 살해

했어. 반역자, 살인자의 시체를 찾아다가 도대체 뭐 어쩌자는 거야 엉? 이 자식아 말해 봐?

해설 문기는 억장이 막혔다. 여기서 더 대들었다가는 자살행위와 마

찬가지다. 문기는 아무 말 없이 되돌아 밖으로 나왔다.

 

E (깊은 밤 역전 앞 소음)

문기 아..시체도 치워주지 못할 것같았으면 내리지 않는 건데..(허공에

대고) 한태규! 야 이 개자식아! 13년 전에 김행우를 고발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비극은 없었을 텐데..이제 그의 두 자식들도 자살자의 가족으로 멸시와 천대 속에 일생을 그늘 속에 살아야 할 것이다. (오프로 걸어가며) 아~ 어쩌면 좋지..

E (비 쏟아지는..천둥 소리..)

문기 아, 또 왠 비야..

 

해설 문기는 한태규가 증오스럽고 13년 전 그 일을 고발한 자기 자신

이 저주스러웠다. 문기는 터벅터벅 플래트 홈을 지나 철길을 따라

걸어갔다.

M 브릿지

 

E (산기슭..비 그쳐가는 소리)

문기 (모닥불 쬐며..) 아 추워..몸에서는 열이 나는데 왜 이렇게 춥지

 

해설 한탕 퍼부은 소낙비 때문에 푹 젖어버린 최문기의 몸에서는 속

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열기 때문인지 김이 문문 피어오르고 있

었다. 역 구내를 벗어나 철길 옆 산기슭에서 마른 나무 가지들을

주어다 모닥불을 피워 놓은 문기는 젖은 옷들을 벗어 말리기 시

작했다.

문기 (불 쬐며) 은순 엄마는 뭐하고 있을까..내가 열차에서 내리지만

않았으면 불쑥 대기여관으로 찾아 갔을 걸..지금쯤 은순 엄마의 다순 몸을 껴안고 있었을텐데..에잇..

 

해설 지금 최문기에게 있어서 아내 김춘희는 하늘같은 존재다. 8년에

걸친 애끓는 사랑의 행로는 최문기의 가슴 속에 빈자리 하나 없

이 온통 김춘희로만 꽉 채워 주었다. 아무리 어려운 고난의 세월

이라 해도 그녀만 곁에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문기 소중한 사람...어서 빨리 두 번째 9호 열차가 와야하는데..

남7 여보시오. 여보..(뛰어 오며 쓰러지며)

문기 누구요? 무슨 일이요?

남7 (겁에 질려) 저기..사..사람이 죽어 있소..

문기 당신은 누군데 이 시간에?

남7 난 철길 감시원일세. 이 사람은 분명 기차에서 떨어져 내린 사람

인데 발목을 심하게 다친 것 같네. 빨리 병원에 가야 할 텐데...

문기 병원이 어딘데요?

남7 저기 백암역 너머에 보이는 불빛.. 저것이 군병원일세. 자네가

나대신 좀 수고해 주게.

문기 (얼결에) 그러지요..

남7 이 사람 빨리 응급처치 받지 않으면 얼마 견디지 못할 걸세.

지금도 그냥 피가 흐르고 있어..

문기 알겠습니다. 제가 업고 가지요.

남7 나도 함께 갔으면 좋으련만 떨어진 사람이 또 한 사람 있네.

이미 죽은 시체지만.. 어서 빨리 가 보게. 산 사람이야 살려야지.

죽은 사람은 내 역전 분주소에 알려 수습하겠네

 

해설 문기는 급히 맥없이 늘어져 있는 사람을 들쳐 업었다.

M 브릿지

 

E (병원 소음..구급실 분위기..환자들..)

문기 (태규 들쳐업고 ON) 여기 중환자요..

여1 (침대 밀며) 이리..이리 눕혀요

문기 (태규 눕히며) 사람이 맥을 놓으면 무거운 법인데..피를 얼마나

흘렸나 종잇장 처럼 가벼워요..

태규 (누운..)숨만 깔딱

문기 이보시오..(하다가) 이 사람은? 한. 태. 규?

 

해설 구급병원 침대에 환자를 눕힌 문기는 깜짝 놀랐다. 피가 엉겨 붙

고 정신을 잃은 상태지만 한태규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문기

가 아니었던 것이다. 순간이긴 했지만 그의 눈에 사나운 빛이 어

렸다가 사라졌다.

문기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정신을 잃은 중환자다. 운신도 못하는 다

친 사람을 앞에 놓고 그 어떤 계산을 하다니..그런데 한태규가

왜 철길에 너부러져 있었을까..

남8 (태규 보면서) 허허 참..(가위로 옷 잘라내면서) 쯧쯧쯧..

이거 나간 발목을 이렇게 붙여놨네..

 

해설 구급 의사가 칭칭 동인 왼쪽 다리를 가위로 자르고 풀어냈을 때

억지로 붙혀 놓은 왼발목이 떨어져 내렸다. 문기는 너무도 끔찍

하여 얼굴을 찌뿌렸다.

 

여1 환자하고는 어떤 관계요?

문기 예? 예예...

여1 피를 수혈 받지 못하면 환자는 살아날 수 없습니다.

문기 (항의조로) 그럼 수혈하면 되잖습니까?

 

남8 피가 어디 있소? 우리 병원에는 이런 사람들에게까지 수혈해 줄

피는 없습니다.

문기 (강하게 따지는) 이보시오? 그럼 어떤 사람에게 줄 피는 따로 있

다는 말인가요?

남8 환자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렸습니다. 지금 상태는 사실상 죽은 상

태나 다름없습니다. 어디서 온 분들인지는 모르겠으나 현 상황에

선 별 도리가 없습니다. 돌아가십시오.

문기 아직 숨을 쉬지 않소? (팔 걷으며) 제 피는 안 되겠습니까. o형입

니다.

 

해설 문기는 팔을 걷으며 다가섰다. 이렇게까지 한태규를 위해 자기

몸을 헌신할 생각까지는 딱히 없었으나 이 순간 문기는 타 고장

사람이라 하여 막 대하는 듯한 의사의 처사에 반발의 심정에 빠

져 버린 것이다.

 

남8 왜 안되겠습니까. 하지만 그것은 다소 생명을 연장시킬 수는 있

으나 결정적 조치는 못 될 겁니다. 말하자면 괜히 산 사람의 건강

까지 헤치게 만들 뿐 별 다른 효과는 없다는 말이지요.

문기 그렇더라도.. 하는데 까지는 해봐야지요..

남8 이미 늦었습니다만.. 글쎄, 정 소원이라면..이봐 간호사

여1 예!

남8 수혈준비!

여1 예..(오프로 가는)

해설 수혈 준비를 하는 동안 의사는 한태규의 맥을 짚어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백짓장처럼 하얀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는 한태규,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문기는 그의 심장에 손을 대본다.

문기 뛰고 있군.. 한태규 당장 달려들어 네 숨통을 마저 눌러 없애고

싶다. 그러나 너는 내 사랑하는 딸 한은순의 친아버지다..

M 엔딩
 태그:이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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