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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8-05 14:36
삶은 어디에(26)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4,557  
NK-PEN | 2014-06-29 17:53:46
.
라디오 극장

삶은 어디에 (26)

 

등장인물

해설

강기수

장신미

허지우

광태

중익

 

남1 (안전국 군인)

남2 (승객)

남3 (승객)

여1 (승객)

남4 (무검군인)

남5 (무검 소장)

방송; 2009. 1. 26 (월)

녹음; 2009. 1. 19 (월)

원작; 리 지 명

극본; 박 길 숙

연출; 임 종 성

 

라디오 극장

삶은 어디에 (26회)

 

M 시그널

타이틀 라디오 극장 <삶은 어디에>

원작 리지명/ 극본 박길숙/ 연출 임종성/스물여섯 번 째

M up & down

 

E (제법 큰 역의 소음...열차 기적 소리 내며 들어와 서는)

해설 밤 아홉시 십오 분, 9열차는 간난신고 끝에 마침내 시역에 들어

섰다.

E (사람들 쏟아져나오는)

해설 화물칸을 제외한 여섯 개의 차 바곤 안에서 무슨 사람이 그렇게

도 끝없이 쏟아져 내리는지 순식간에 역 앞마당은 사람 물결로

차고 넘쳤다. 종착역이어서 차안에 남는 사람은 없었다.

E (사람들 소리..물결치며 오프로 빠져나가고)

남자들 (호각 불면서) 야! 저쪽 마당으로 가! 거기 마당으로 갓!

(사람들 한쪽으로 몰아가는 호흡)

해설 열차가 들어오기 전부터 차가 들어설 위치를 그물치듯 빙 둘러

서있던 단속원들이 호각을 불어대며 사람들을 역사 쪽으로 몰고

갔다.

기수 (지붕 위에서 뛰어내리는 호흡) 오늘따라 단속원들 수가 왜 이렇

게 많아..? (재빨리 몸 숨기는 호흡) 신미도 내릴텐데..아직도 바

곤 위에 있나.. (하다가) 어? 신미다.. (뛰어가는)

 

해설 분명 장신미다. 회색 잠바에 중국산 검은 홀태바지를 입고 밤색

손가방을 든 장신미의 외모가 배낭을 지고 인 여느 여자들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것이어서 첫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기수 (오며) 신미의 미색은 알아줘야 해..어느 무리에 서건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어서 좋아....최문기는 열차 안에서 잡혔을 테고..

어이 신(하다가) 어? 저건 누구지? 열차장 완장을 찼네..왜 여객 전무가 신미와 동행을 하지..?

해설 사람 사이사이를 미꾸라지 빠지듯 뛰어가던 강기수가 문득 멈춰

섰다. 장신미는 혼자가 아니었다.

기수 (긴장) 어떻게든 이 개찰구만 빠져나가자.. (걸어가며) 어? 신미

가 들어가는 저 건물은? 군부 검열대가 있는 보위 소대 건물인

데...여행 중 잘못된 일로 단속을 받았다면 열차장이 역전 사무실

이나 안전기관에 들어가야 맞는 것인데 보위소대라니? 얼른 몸

을 숨기자..(오프로 빠지려는데)

남1 (바짝 따라붙는 호흡) 강..기..수..

기수 (눈치) 아, 이 자는 누구지? 자유롭게 움직이기는 아직 이른가?

어디로 숨지? (사람들 틈으로 가는 긴장된) 인파에 묻히면..

해설 그러나 강기수는 순간에 떠오르는 오만 가지 생각들을 다 정리

할 새가 없었다.

남1 (기수 팔 와락 나꿔채는 호흡) 강기수!

M 브릿지

 

E (안전국 사무실 허지우 안절부절)

지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창문 열며) 9열차를 타고 많이도 왔군..

E (오프에서 사람들 소리..호각 소리)

지우 저 사람들의 불안한 눈빛이 자꾸만 나를 엄습하는 건 무슨 이유

지.. 나 허지우가 이렇게 나약했나..

해설 불만 꺼지면 어느 틈에 기어나와 달라붙은 빈대 무리를 털어버리

듯 온몸을 으스스 떨고 난 허지우는 아우성치는 사람들로 붐비는

앞마당을 창문을 통해 물끄러미 내다보았다.

 

E (마당 사람들의 아우성..살겠다는 처절한 소리들)

 

지우 물이 뚝뚝 떨어지는 고기배낭들을 짊어진 채로 단속원들만 쳐다

보는 저 간절한 눈빛, 누구 하나 온전한 옷을 입은 사람은 없구

나.. 꽃제비 아이들은 사이사이를 누비며 무엇인가 훔칠 기회만

노리고 있고.. 짐을 뺏기고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들...

 

E (사람들 아우성..호각소리 다그침)

남2 이리 내 ?!

남3 처음인데 용서하시우..

여1 그거 없으면 우리식구 다 죽습니다.

남3 제발 고기 짐만은 돌려주시오.

여1 (울며) 동(銅) 같은 건 안 가져도 됩니다. 사정 좀 봐주시우

남2 이것들아. 이렇게 들킬 줄 몰랐지? 안 들키면 좋아라 웃음 짓고

정작 들키면 찰거머리 달라붙듯 음음 더러운 것들. 저리 비켜!

(아우성 up &down)

M 브릿지

 

E (군 검열대 사무실 분위기)

중익 (신미 끌고 들어오며) 중좌님, 장신미를 데려왔습니다.

광태 (소파에 몸 묻은 호흡으로 담배피우며) 무던히도 곱군..

 

해설 군 검열대 사무실, 중좌 박광태는 푹신한 안락의자에 까치 다리

를 틀고 앉아 생당쑥 뿌리를 잘라 만든 담배 물주리에 권연을

끼워 맛스럽게 피우며 림 중익이 끌고 들어오는 장신미를 물끄

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광태 저..어여쁜 여자가 여기 뭔 일이야?

중익 (얼른 가 귓속말..낮지만 심각한 어조로 주절주절..)

광태 (무덤덤..) 그래..? (담배 피우는 호흡)

 

해설 키큰 허우대에 어울리지 않게 연신 깝죽거리면서 다가온 중익은

귓속말로 뭔가 보고했다. 림 중익은 열정적으로 낮은 소리로 연

신 주어 섬겼지만 중좌의 표정은 처음 들어설 때와 마찬가지로

담배만 빨아댈 뿐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박광태는 무검 시 지부

책임자다. 그는 이미 열차에서의 리주열 사건을 보고 받았다.

그는 지금 림 중익으로부터 장신미를 데리고 들어 온 경과를

보고 받으면서 사건의 전반을 여러 각도로 추리하고 있다. 림

중익의 주절거림은 이미 끝났으나 중좌는 그냥 그 자세로 미동도 하지 않고 피우던 담배 빨기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광태 (물뿌리 거칠게 탁탁 털면서 일어나는 호흡) 열차장은 이 문제에 대해 더 신경쓰지 말고 나가 봐.

중익 알겠습니다! (오프로 빠지는)

광태 잠깐!

중익 네, 중좌님

광태 이 사건에 관한 말은 일체 근절해! 내 말을 알아듣겠지?

중익 염려 마십시오.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광태 나가 봐 (중익 문 열고 나가는) 장신미라...

신미 (깊은 심호흡) 후...

 

해설 림 중익이 나가자 중좌는 이윽토록 장신미를 바라보았다. 말없

는 침묵 속에 벽을 등지고 서있는 장신미의 속은 바질바질 타들어 갔다.

 

신미 (에코) 내 손에 있던 술병 때문에 귀중한 젊은 목숨이 죽어 나

갔는데.. 그것도 일반 사람이 아닌 군복 입은 군인이..아 어쩌

지..살인자로 몰려 군법대로 처형당해도 할 말이 없는 내 처지.. 아 이럴 줄 알았으면 현장에서 도망치지 말 걸..

광태 리주열에게 무얼 먹였나?

신미 뱀술입니다. 한 모금 마시자마자...

광태 왜 그랬소?

신미 전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부대장 동지가 갖다주라고

광태 부대장? 리영식?

신미 네

광태 리주열이 리영식 부대장의 아들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나?

신미 몰랐습니다. 후에 한소장의 말을 듣고 알았지만..

광태 한소장? 한태규?

신미 네

광태 그가 지금 어딨나?

신미 모르겠습니다. 저를 창문으로 일반칸에 오르게 한 후 그 자신은

오르지 않아서...

광태 열차장에겐 차안에서 잡혔나? 왜 멀리 도망치지 않았나?

아예 타지 말든가. 동무는 원래 담이 그렇게 큰 여자인가?

신미 ... ...

광태 하긴 담 없는 여자가 아편 운반책을 맡을 순 없었겠지...

신미 이 사람 도대체 누구야..우리 일을 소상히 알고 있다니..

마치 한 부서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처럼...

 

해설 박광태와 리영식은 오랜 친구였다. 리영식이 벌려놓은 국경을 통

한 아편 밀수를 연선에 틀고 앉아 있는 박광태 모르게 할 수는

없었다. 아니 적지 않은 도움까지 받았다. 그의 후원없이 그 위

험천만한 일을 지금까지 지속해 오지는 못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일은 기어이 터지고야 말았다. 중국 쪽에서 전권 대표까지 건너

와 형사처벌을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요구대로 범죄자를 잡아 처형한다면 나라의 위상이 어떻게 될 것인가가 기본 문제였다.

무검으로써는 단 한치도 허용할 수 없다.

 

광태 (싸늘한) 여기 시에 왜 다시 나타났지?

신미 저어. 해산물 판매 때문에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광태 해산물이라 이젠 아편 밀매는 끝이 난 모양이지?

 

해설 중좌의 물음에 신미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 직시하는 중좌의 눈

이 아프도록 꽂혀왔다.

 

신미 전 그저 한 소장의 지시대로만 움직였을 뿐입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광태 한 가지만 더 묻지. 그 뱀술은 누구에게 갖다 주게 되어 있었나?

강기수 그 사람에게 부어주라고 하던가?

신미 네. 표창이라면서... 상이라면서 주기에....

광태 강기수와는 어떤 관계인가? 흐흐..단칸방에서 장사일 하면서 함

께 생활했으니 더 물을 것도 없겠지. 지금 아무 일도 없었다면

호젓한 방안에서 두 사람은 푸짐한 저녁상에 그 ‘뱀술’인지 독

술인지 올려놓고 한잔씩 마실 시간인데 안 그런가? 흐흐

E (전화벨 소리 날카롭게)

해설 바로 그때 따르릉 하고 책상위에 놓인 전화기가 울렸다.

광태 (전화 받는) 나 박광태요... 응... 그래? 알았어. 내버려 두라구.

응..(수화기 놓으며) 강기수가 안전기관에 체포됐다..

그들이 장신미도 찾고 있을 텐데 안 그런가?

E (광태 책상에 있는 초인종 누르면..소리)

남4 (OL/문 열고 들어와) 부르셨습니까?

광태 데리고 나갓!

M 브릿지

 

E (무검 상부 사무실의 소음..)

E (전화벨 소리..)

남5 (간부/전화 집으며) 여보시요

광태 (필터에코) 박광태입니다. 소장 동지 안녕하십니까?

남5 그래 사태는 어떻게 진척되고 있소?

광태 (필터에코) 미리 말씀드리긴 했습니다만 우리가 예견한 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합니다만 소장동지의 선

견지명에 머리가 숙여질 뿐입니다.

남5 중좌. 어떤 조건에서든지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난 중좌 동무가 잘 알고 있으리라 믿소.”

광태 (필터에코) 여부가 있겠습니까? 생각보다 일이 빨리 진척되었을 뿐

차후 일처리에서 사소한 차질도 나타나지 않도록 명심하겠습니

다. 다만 아편 거래에 참여한 이 인물들의 처리가 어떻게 되어야 할지 생각이 많아 전화 드렸습니다.

남5 중좌. 그걸 몰라서 묻소? 그까짓 아편 몇 덩이 손에 주무른 것이

문제가 아니요. 중요한 것은 그것이 던지는 여파요. 자칫 잘못하

면 이 문제가 국제무대에서까지 논의될 우려가 박두해 왔소. 만

약 그리 된다면 그가 누구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결코 용

서할 수가 없소. 중좌. 마음 약해져서는 안 되네. 손이 떨려서는

더욱 안 되고...

광태 (필터에코) 명심하겠습니다.

남5 듣자니 리영식의 아들이 독살되었다면서?

광태 (필터 에코) 저의 보고가 늦었습니다.

남5 중좌. 지금 당신의 머리가 몹시 복잡하리라는 것을 내 모르는 바

가 아니요. 오랜 친구에 관해 가혹한 처벌을 내려야만 하는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지. 모두가 혹시 자네의 귀띔으로

이루어진 거 아닌가?

광태 (필터에코) 지금 리주열을 독살시킨 주범이 잡혀 있습니다.

남5 뭐? 그게 정말이야?

광태 (필터 에코) 예, 그런데 놀라운 것은 리주열이 마신 그 독 술이

자기 수하 둘을 없애려고 준비한 리영식의 창작품이라는 것입니

다!

남5 그렇다? 으흐흐 그러니까... 울지 못할 비극이군. 어쨌든 걸작이

요. 걸작!

광태 (필터) 그렇다고 군법회의까지 문제를 끌고 갈 수는...

남5 자네가 그것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네. 무검은 정치적 색채를 띤

사건 그 자체를 공개시킬 의무가 없네. 자네가 끝까지 처리할 수

없는 문제는 여기서 처리할 거야..그러니 사소한 문제까지 빈구

석이 없이 가장 완벽하게 처리하게. (전화 놓고) 웃음터뜨리는

M 브릿지

 

E (안전국 사무실)

기수 (앉아 있는 겁에 질린 호흡)

지우 아..이런 기가 막힌 일이 있나..최문기는 사라지고 강기수가 잡혀

오다니.. (책상 치며) 한태규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거야?

이렇게 되면 사건 진면모가 백일하에 드러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젠데.. 기본 주범인 강기수가 잡혀 들어올 줄 누가 알았냐고!

E (문 열리며)

남6 역 구내를 샅샅이 뒤졌습니다만 최문기는 없습니다

지우 알았어.. 아, 중국 측에서 대조를 할 텐데.. 사진 속에 박힌 인물

강기수를 눈앞에 앉혀 놓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저놈이 자기

진술서에서 내 이름이 적혀 있지 말라는 법도 없잖아.. 한태규, 일

을 어떻게 꾸몄길래 이 모양이냐구

 

해설 강기수의 체포 소식이 무검에게도 알려졌을 것이다. 허지우의 눈

앞에는 서슬 푸른 무검의 총구 앞에서 제복을 벗고 체포당하는 자기의 초라한 모습이 나타났다. 허지우에게 있어서 인생 최대의 위기가 닥쳐온 것이다.

 

E (전화 벨 소리 요란스럽게)

지우 아.. 깜짝이야..(집는) 허지웁니다

광태 (필터) 수고합니다. 박광태입니다.

지우 아.. 무검이다.

 

해설 허지우는 다시 세차게 뛰는 자신의 심장의 박동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의 입을 빠져 나가는 말은 아주 자연스럽게 흘렀다.

 

지우 안녕하십니까. 제가 먼저 전화를 걸었어야 했는데...

광태 (필터) 괜찮습니다. 한 가지 의논할 일이 있어서. 소좌 동무 강기

수를 체포 했다지요?

지우 네. 방금 구류장에 넣었습니다만...

광태 (필터)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지우 글쎄요. 순서대로 진술서를 받고 공범들을 잡아 법대로 처형해야

겠지요. 별 다른 것이야 있겠습니까?

광태 (필터) 처형한다면 그 사람들의 요구대로 하겠다는 겁니까?

지우 처형 문제에 한해서는 무검이 결정할 일이 아닙니까? 시국이 시

국이고 또...

광태 (필터)소좌 동무. 지금 시간이 있겠습니까?

지우 예. 뭐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광태 (필터) 그럼 저와 잠깐 만납시다. 모란각으로 오십시오. 기다리겠

습니다.

지우 알겠습니다. (수화기 놓는)

 

해설 수화기를 놓은 허지우의 눈이 한동안 허공을 직시하며 움직일

줄 몰랐다. 이런 때의 그의 모습은 마치 빚어 놓은 석고상 같았

다.

M 브릿지

 

E (모란각 방..분위기)

지우광태 (긴장된..)

해설 잠시 후, 두 사람은 모란각의 으슥한 방에서 술상을 마주하고 앉

았다. 박광태와 허지우는 부어 놓은 술잔을 축낼 생각은 전혀 없

는 듯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앉아 있었다. 허지우는 자기에게 다가올 그 어떤 후과에 대하여 면밀히 타산해 보고 있는 것이었다.

광태 (신경질적) 뭘 그리 오래 생각하는 거요. 현 시점에서 그 방법

밖에는 다른 길이 없소

지우 방법이 가 닿은 결과에 한해서는 딴 의견이 없습니다. 단지 또다

른 방법이 혹시 없을까 하고 생각해 보는 중입니다.

광태 (웃음) 그러겠지...

박광태는 그러는 허지우의 심중을 알 만하다는 듯 일순 입가에 미소를 띄우더니 손을 내밀어 잔을 들었다. M - 엔딩
 태그:이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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