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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8-05 14:37
삶은 어디에(27)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4,051  
NK-PEN | 2014-06-29 17:54:08
.
라디오 극장

삶은 어디에 (27)

 

등장인물

해설

리영식

허지우

광태

춘희

기숙

마윤

길재

남1 (건달)

남2 (건달)

여1 (종업원)

 

방송; 2009. 1. 27 (화)

녹음; 2009. 1. 21 (수)

원작; 리 지 명

극본; 박 길 숙

연출; 임 종 성

 

라디오 극장

삶은 어디에 (27회)

 

M 시그널

타이틀 라디오 극장 <삶은 어디에>

원작 리지명/ 극본 박길숙/ 연출 임종성/스물일곱 번 째

M up & down

 

E (고급식당의 음악.. 오프에서 사람들 소리)..B.G

해설 한태규, 장신미, 강기수를 뒤에서 조율하고 있는 리영식과

한태규의 뒤에 붙어서 찰거머리 같이 피를 빨아먹고 있는

허지우가 모란각 한적한 방에 마주 앉았다.

 

광태 (술 따르며) 자, 한잔씩 들며 천천히 생각해 봅시다.

지우 으음..감사합니다..

광태 콩밭에 서슬치듯 내가 너무 급하게 문제의 답을 요구한 것 같은

데 그 점은 이해하고..

지우 그래야 일이 되지요..허허..

광태 모란각은 언제 와도 좋아.. 술맛 좋고, 고기 맛 좋고..

지우 아가씨들도 빼어나게 이쁩니다..

광태 사람들은 이 모란각 음식값이 비싸다..이곳 여자 몸값이 비싸다

하면서 강도식당이니 뭐니 하지만 제 값을 하잖습니까..

지우 음식도 아가씨도 일품이지요..

광태 (잔들어 짱하고) 자자..한 잔합시다..(잔 부딪고..마시는)

 

해설 이곳 모란각은 권세가들, 돈깨나 벌었다는 장사치들 그리고 중국

에서 무역 관계로 건너오눈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아직 이렇다 할 세금 제도가 없는 현실에서 해당 기관들을 끼고 세운 이 식당 지배인은 제 내키는 대로 음식 값을 정했다. 값도 사람을 보고 정할 때가 많다. 일반 사람 따위들은 차마 들어오지는 못하고 몇 번 기웃거리다가 아쉬운 표정으로 되돌아가는 판이었다. 두 사람은 조금씩 잔을 비웠다.

 

광태 (잔 놓으며/냉정해진) 소좌 동무

지우 (에코) 웃음기 싹 가신 저 얼굴이 난 제일 싫어.. 저 위압감, 저

속뜻을 알 수 없는 서슬 퍼런 눈빛..(헛기침 하면서 술잔 드는)

광태 잔이 비었잖소?

지우 아..예 ..(잔 놓는)

광태 소좌 동무. 단 둘뿐이니 터놓고 얘기해 봅시다.

지우 아..예..

광태 지금까지 우리 혁명은 자기의 사상과 노선을 지켜 나가는데서

걸림돌이 되는 것이면 그를 제거하는 방법에 있어서 그 무엇이

든 가리지 않았소.

지우 그래야 혁명 과업을

광태 (말 막으며) 때에 따라서는 가벼운 형벌이면 족했던 문제도 우린

가장 잔인한 방법을 적용하기도 했소. 왜?

지우 그..그건..

광태 공포만이 사람 그 자체를 가장 빨리 그리고 철저하게 길들일 수

있는 거요. 감히 마주보기조차 두려운 대상만이 영원히 그 권좌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요. 알았소?

지우 아..예..

광태 난 소좌 동무가 내 말의 뜻을 헤아렸으면 하오!

지우 (복종의..깊은 숨..) 예..

 

해설 허지우는 비로소 이 순간에 무조건성이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를 사무치게 깨닫는 듯싶었다. 하라면 해야 하는 것이다. 집행하는 일이 후과가 세상을 뒤집는 엄청난 재난을 가져오는 것이라 할지라도 딴소리는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지우 중좌 동지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날 밝는대로 곧 집행하겠습

니다.

광태 뒷일은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 군부가 담당할 거요. 그리고,

지우 전권 대표 배창호에 대한 뒷 공작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광태 (웃으며) 사태의 진상을 짐작은 하면서도 부득불 강을 건너가면

우리 쪽을 비호할 수밖에 없게 될 거요. 난 소좌 동무가 빈틈없

는 사람인 줄 알고 있소! ..(큰 소리로) 들어 와!

E (OL/ 방문 열리며..아가씨들 들어와 앉는..교태어린)

여1 (OL) 숭어만두 올릴까요..?

광태 숭어만두보다 니가 낫겠다..(여1..끌어 앉히고..호응)

E (오프에서 한떼의 사람들 소리..)

해설 밤 열한시가 넘었지만 식당의 손님은 줄어들 줄 모른다.

M 브릿지

 

E (골목 소음..사람을 삶에 찌든 소리들..)

마윤 길재야..야, 오늘 단속이 너무 심한데..

길재 마윤 형님도 겁이 날 때가 있소? 죄 지은 것도 없으면서..

마윤 죄가 없어서 더 두려운 거야..아무 잘못도 없는데 죽어봐

길재 아이..형님도 참..그렇잖아도 으스스 한데 죽는단 소리는 왜 해요

E (남자들..대여섯.. 휘파람 불며 오는)

길재 저 건달패들 역에서부터 따라오던 작잔데..

마윤 아, 이 골목으로 들어오는 거 아닌데..대기여관으로 가는 지름길

이라서 들어 왔더니만..기분이 영 안 좋네

남1.남2 (에워싸며) 너희들 어디서 오는 놈들이야?

길재 왜 그러우?남1 왜 그러긴 공물을 바쳐야지!

남2 남의 땅에 들어와서 처음부터 밑천 걸질 생각 가지면 안 되지.

남1 야 임마, 뭘 생각하구 말구가 있어.

남2 (막대기 치켜드는 호흡) 아 맞다! 흐흐 빨리 짐 내려놓고 냉큼

사라지지..이 막대기 안 보여?

마윤길재 막대기는 치워요!

남1 (막대기로 후려치며) 이것들이 어디서 앙탈이야!

남자들 (우르르 달려들어 밟고 치고 패고)

 

해설 길재와 마윤에게 무지한 몽둥이 사례가 벌어졌다. 달려드는 자들

을 맞받아 발길질도 해댔으나 수 적으로 우세하고 손에 막대기

까지 쥐고 설쳐대는 자들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마윤이 머리에

심한 타격을 받고 먼저 쓰러지고, 코피가 흘러 온통 피천지 얼굴로 이리저리 갈겨대던 길재도 더 견디지 못하고 널판자 모서리에 뒷골을 찧으며 쓰러지고 말았다.

 

E (남자들 보따리 들고 오프로 달려가는)

길재 (길바닥에 널브러진..호흡)

마윤 (고통) 길재야..길재야 (안는 호흡) 길재야..정신 좀 차려봐..

 

해설 피투성이가 된 마윤은 길바닥에 쓰러진 채 도무지 기운을 차리

지 못하는 길재에게 다가가서 조심히 안아 들었다.

마윤 (경악) 아..이 피..머리에서 쏟아져나오는 이 피..길재야..

M 브릿지

 

E (모란각 분위기..여자들 소리들..)

 

지우 한태규나 장신미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입니까?

광태 음. 그것 역시 생각을 많이 해봤소. 내 짐작이 틀리지 않는다면

지금쯤 한태규는 죽지 않았으면 사경을 헤매고 있을 거요.

지우 예? 한태규가 사경을 헤매요? (속마음) 한 소장이 사경을 헤매?

누가 그렇게 했단 말인가.

광태 그렇게 복잡한 얼굴 하지 말아요..

지우 음..(물 마시는)

광태 뭐 꼭 그렇게 되었다기보다는 그저 짐작일 뿐이요. 리영식은 아

편 밀수에 관한 인물 모두를 깨끗이 제거해 버릴 결심을 한 모

양이요. 장신미라는 여자에게 독주를 보낸 것을 보면 그건 십분

가능한 일이지..하하

지우 부부와 다름없는 그들 사이에 마시면 죽는 독술을?..

광태 그렇다면 리영식이 그들 두 사람을 조종한 한태규도 가만 두었

을 리는 없을 거요. 열차에 승차한 한태규가 이 곳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무엇을 의미하는 거겠소?

지우 .. ...

광태 그것은 리영식만이 알 수 있는 문제일 거요.

어쨌든 소좌 동문 이들에 대해서는 더 생각지 마시오.

나한테 다 방안이 있으니까..

지우 (속마음/에코) 그래.. 앞에 앉아 있는 박광태의 지시대로만 정확

히 집행하면 나도 아무 근심걱정 없이 이 문제에서 발을 빼게

된다. 한태규만 없어져도 만사는 오케이다.

 

해설 친구와의 의리를 생각하면 안 된 일이었지만 허지우가 살 수 있

는 길은 그것 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술 한 잔씩을 더 부어 마

시고는 소리 없이 헤어졌다.

M 브릿지

 

E (대기여관 소음..오프에서 여자들 소리)

춘희 (보따리 챙기는 호흡) 이제 곧 차 시간이 되네..

은순이는 잘 있겠지..여기 온지 얼마 안 되었는데..

문기씨가 그리운 걸 보면..(웃음)

기숙 춘희 언니..형부 만날 생각을 하니 좋은 모양이우?

춘희 기숙이는 길재씨 안 보고 싶어?

기숙 난 무덤해졌우.. 그나저나 한소장이 그 뒤로는 소식이 없네?

춘희 그 인간 이야기는 왜 꺼내?

기숙 지난 번에 식당에서 한소장하고 부딪힌 후, 언니 밥도 못 먹고

잠도 못자고 그랬잖아..혹시라도 집에 돌아가는 열차에서 또 부

딪히면 어떡하나..걱정이 돼서 그러지

춘희 괴로운 상봉은 피해야지...

 

해설 자기의 품속에서 옥가락지를 꺼내며 은순이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차갑게 내뱉던 한태규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자 김춘희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춘희 문기씨와의 결혼이 성립되던 때.. 바로 옆에서 지켜보기라도 한

듯 나타난 한태규...그 작자의 손에 옥가락지가 남았으니..언제라

도 다시 한번 찾아오겠지.. 남편을 만나면..은순이랑 어디 멀리

도망가서 살자고 그래볼까..

 

해설 아직은 혜산시에서의 장사거래가 끝을 보지 못했지만 춘희는 오

늘 들어온 열차로 집에 돌아가, 한태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리라

다짐했다. 바로 그 때,

 

E (오프에서..여자들 소리..웃음)

마윤 (기진해 들어오면서) 사..사람 좀 살려줘요..(마당에 쓰러지는)

여자들 (경악) 아..저 피 (소란스러움)

춘희 무슨 일이지 (방문 열고 나가며) 어머나..저 피 좀 봐..무슨 일이

예요?

마윤 사..사람 좀 살려줘요..(기절)

춘희 아유..피칠갑을 하고..이게 왠 일이야..(잠시 생각) 그런데 어디서

봤나..얼굴이 많이 익네..

M 브릿지

 

E (무검 사무실..)

광태 (사진 들어보는 호흡) 리영식 사진이 아직도 있군.. 옛 전사시절의

동무 리영식...흐르는 세월 속에 앳되었던 우리 얼굴에도 깊은 주름이 패였네..군복 색깔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속에 담긴 육신은 변화무쌍한 세월의 흐름을 타고 나름대로의 자기 길을 달려 왔구 나.. 이제 우리도 종착역을 다 왔는가..? 리영식한테 전화를 넣어

보자..

E (전화 거는 소리)

광태 몇 해만 지나면 싫든 좋든 군복을 벗어야 하는데..

그러나 리영식은 군복을 살아서는 벗지 못할 것 같다..(회한)

 

해설 박광태는 그것이 안쓰러웠다.

자기가 빚은 창조물이 결국 자기 자신을 죽음의 함정으로 몰아

넣을 줄 어이 알았으랴. 누구를 탓할 것도 없었다. 그가 누구든

이 땅 그 어디나 속속들이 비치는 태양의 빛줄기에 자그마한 그늘이라도 지웠다면 우연이든 실수든 용서를 바라서는 안되는 것이다.

M 브릿지

 

E (리영식 방..전화벨 요란스럽게 울리는)

영식 (전화 받는/침통) 네..리영식입니다

광태 (F) 박광태입니다. 안녕하시오?

영식 어쩐 일루. 이렇게 오밤중에. 그러지 않아도 내 지금 전화를 걸려

던 참이었는데...

광태 (F)나한테? 무슨 일루...

영식 길주 경무부에서 전화가 왔는데 너무도 뜻밖이라서.

아, 글세 이런 참······

광태 (F) 주열이 때문에 그러나?

영식 그래, 자네도 알고 있었나·····하긴 자네가 몰라서는 안 되는 일이

지만·····

광태 (F) 알고 있네. 그 주범도 포함해서 말이네..

영식 주범이라니? 그럼 내 아들을 죽인 범인을 잡았다는 소린가?

광태 (F) 그렇네. 지금 내 손에 잡혀 있네.

영식 뭐라구? 도대체 그가 누군데. 무엇 때문에 내 아들을 그렇게 죽였

다는 겐가?

 

광태 (F)범인은 자네도 잘 알고 있는 여자일세

영식 여자라구? 아니 그럼?

 

해설 리영식의 머리에 그 순간 웬일인지 장신미의 얼굴이 얼핏 스쳐갔

다.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언뜻 믿겨지지 않았지만 마치 숙명

처럼 그 여자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니 제발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며 좌우로 머리를 흔들었지만 왠지 자신이 없어진다.

 

광태 (F) 리주열은 뱀술을 한 모금 마시고 저 세상에 갔네. 그것을 먹

인 장신미를 즉시 체포하긴 했지만 말일세. 장신미라면 자네 수하

가 아닌가?

영식 (쓰러질듯..간신히 버티며) 아..

 

해설 리영식은 딛고 선 방바닥이 내리 꺼지고 든든한 콘크리트 천정

이 와그르르 무너지는 듯한 환각을 느끼면서도 잡아 쥔 수화기

만은 꼭 틀어잡고 놓지 않았다. 그 덕에 박광태의 다음 말을 놓

치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

 

광태 (F)내일 장신미를 집으로 귀가시키겠네..아름다운 여자가 그렇

게 독을 품은 줄은 미처 몰랐네. 어떻든 독물은 유해한 물질이

아닌가? 내 말을 듣고 있나?

영식 듣·····고·····있·····네..

광태 (더 냉정하게) 자네같이 철저한 사람이 덫에 걸리다니..그것도 자

신이 쳐 놓은 덫에 말이야.. 우정이라는 게 참 더럽네.. 이런 말을 전해야 하다니..

영식 전해줘서.. 고맙네...(전화놓고) (구토할 듯) 우욱...(쓰러지는)

 

해설 리영식은 후들후들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전화기 위에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구토가 올라오고 방안 전체가 빙글빙글 돌

아갔다. 그는 끝내 견디지 못하고 그 육중한 몸을 쓰러뜨린 채 정신을 잃고 말았다.

M 브릿지

 

E (병원 소음..사람들 웅성웅성)

마윤 (누워 신음..)

기숙 여보..정신이 들어요..?

마윤 길재..는?

기숙 새벽에..그만..

마윤 죽었구나..불쌍한 사람..

 

해설 단단한 참나무 몽둥이에 얻어맞은 마윤이었지만 목숨만은 지금

까지 부지하고 있다. 의사의 말로는 깨어나서도 성한 육체를 보존키는 어렵다고 한다.

 

마윤 집에..알려야 할텐데..

기숙 아유..당신 걱정이나 해요..누가 여기 오랬나..불쑥 이 곳에 나타

나 가지고 이 모양이 되었는지... 아유..나도 이곳에 온 지 한달이 지났지만 돈도 떼이고 물건도 떼이고..당신마저 이렇게 되었으니..아유..(흑흑..)

춘희 기숙아. 니가 울고만 있으면 환자는 어쩌라구.. 이젠 그만 울음을 그쳐.

기숙 언니 이런 기막힌 일이..엎친데 덮친다고 갈수록 첩첩심산이니

난 이제 어떻게 살아가요... 흑흑..

 

해설 앞일을 생각하면 설움이 북받쳐 못 참겠다는 듯 기숙은 와락 춘

희의 품에 엎어지듯 안기며 왕왕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춘희의 눈에도 가랑가랑 눈물이 피여 올랐다.

M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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