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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문학지에 실린 특집: 탈북작가 작품을 올립니다.

  • LV 4 사무국
  • 조회 2852
  • 2015.08.06 13:12
 
NK-PEN |

김성민 (국제펜 망명북한펜센터 이사),

 

 

약력 - 자강도 희천 출생

김형직사범대학 어문학부

전 북한군 자주포(620훈련소)군단 예술선전대 작가 (대위)

1999년 대한민국 입국.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현재 명지대학교 정치학과 박사과정 (3학기)

탈북자동지회 회장 역임.

현, 자유북한방송국 대표.

2008년 12월, 프랑스 국경 없는 기자회 “매체상”수상

2009년 12월, 아세아 민주-인권상 수상.

 

 

시, 고백 (외...4편)

 

떠나던 나를 위해 아무도 울어준 이 없는 곳이 고향입니다.

하지만 그곳은 내 나서 첫 걸음 익힌 곳

못다한 나의 사랑일 수 있습니다.

 

 

동작대교 위에서

 

 

다리 위를 걷는다.

강물이 비껴간다.

 

잿빛 연기 속에 달리는 승용차들

어디선가 굴러온 흰 종이 하나가

질주의 바퀴 밑에 몸을 던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바람소리로부터

차창 속 번들거리는 눈빛들로부터

방황하는 나.

 

 

수수떡 같은 전등알이 힘겹게 매달린

다리 위, 무너지지 않는 다리위에서

다급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불쑥 먼 곳의 내 고향...『옥류교』가 떠오른다.

 

낮과 밤이 엇바뀌는 저녁 어스름 속에

다가오는 붉은 노을이 고마울 뿐이다.

 

 

*『옥류교』를 아시나요? 내 고향 강변에 푸른 기와를 떠이고 사람들의 눈 뿌리를 슬그머니 부여잡는, 그 야외식당 난간에 서면 손에 닿을 듯 한 거리에 무지개처럼 비껴간 다리가 있답니다. 열두 개 교각 밑에 구슬같이 맑은 물이 흐른다고 해서 옛 사람들이 지어낸 이름이 『옥류교』라 했던가요. 집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집으로 매일처럼 걷던 다리인데 길이는 팔백 미터, 너비는 이십이 미터, 자동차 넉 대가 너끈히 지나다닐 수 있는 내 고향의 둘도 없는 자랑이랍니다.

 

어려서 학교 다닐 때, 어머니가 그 한끝에서 손을 흔들어 주셨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는 또 다른 한 끝에 선생님이 늘 서 계셨습니다. 커서 군대 갈 때 그 다리 머릿돌 모서리에 이름 석 자 적어 놓았다가 관리원 영감님한테 뒤통수 얻어맞던 일도 있고, 친구들과 올가미를 놓아 강 비둘기 잡아먹던 기억도 어느 난간 끝에 매달려 있거든요. 멀리 멀리 떠날 때,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버릴 땐 그놈의 다리가 얼마나 길어 보이던지...예까지 닿아 있다면 누가 믿으시겠어요?

 

 

일기쓰기

 

 

최근부터 일기 쓰기를 다시 한다.

오늘에 대해서가 아니라 지난날들에 대한 정리다.

기쁜 날과 슬픈 날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잊음의 훈련이라 믿으며 작은 기억까지 되살려 낸다.

지나온 도망자의 여정과 그 벌판의 눈보라와

삶의 끝자락을 붙잡고 몸부림친 과거와 싸우고 싸운다.

 

 

개명

 

나의 이름을 내가 헛갈릴 때가 있다.

삶이 뒤바뀔 때마다 달라져야 했던 이름이다.

 

 

개코같던 어린 날의 이름은 누군가의 이름과 비슷하다 해서

빼앗겨 버렸다, 별로 아깝지 않던 첫 번째 개명은

도망병 시절 추격자의 총구 앞에 와락 던져버렸다.

 

 

탈북자로, 타향을 살던 시절에도 이름만은 가지고 싶어

스스로 불렀던 이름도 있다, 슬펐던 시절의 대명사여서

새 삶과 악수하며 슬그머니 바꿔버린 이름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많은 이름들을 일일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외로운 골짜기의 지렁이도 외면하던 그 이름들...

 

 

인제는, 죽어서 남길 이름이 있어야 하겠다.

 

 

나무야

 

폭풍 속,

 이유 없는 바람에 흔들리다가 문득 부러진 나무

만질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너의 아픔을 알듯 싶다.

속살을 드러내고 울어야 했던

 그 슬픔의 무계

부러져 나간 가지들과 함께 여기저기 흩어지는 몸부림까지.

 

이제 과거를 믿지 않는 나무는 아픈 몸짓과 떠나 있을 것이다.

 

 

2012년 11월, 10일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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